미국무역대표부가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HMM은 인도를 중심으로 신규 노선을 개설하며 공급망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HMM
미국무역대표부가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HMM은 인도를 중심으로 신규 노선을 개설하며 공급망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HMM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갈등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해운 시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인도를 중심으로 신규 노선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이 운영하는 선박,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 선박은 1톤당 50달러, 중국산 선박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 소속 기업은 1톤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해운 업계는 중국 용선 선박 비중이 적은 HMM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HMM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83척 중 중국산 선박은 5척이다. 이 중 2척은 용선(빌려 쓰는 선박)으로 내년 상반기 반납 예정이다. 나머지 3척은 1700TEU급의 소형 선박으로 동남아 노선이 주력이다.


운항 수수료 등 직접적인 부담은 피했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026년 국내 물동량이 올해 대비 5~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해상운임이 크게 하락한 것은 위험 요인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전주 대비 24.10포인트 하락한 1370.58을 기록했다. 1월 첫째 주(2505.17)와 비교하면 약 45% 줄어든 수치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에 컨테이너선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해진공은 극동과 유럽 물량이 관세 영향권에 들면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매출의 87%를 컨테이너선에서 올리고 있는 HMM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해진공 관계자는 "90일 유예기간 동안 중국발 선적이 급감하면서 다른 지역 발 미국향 화물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타지역 물량이 55%를 차지했던 기존 중국발 물량을 대체하긴 어려워 운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MM은 신규 노선 개척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신흥 공급망 거점으로 주목받는 인도 노선을 확대 중이다. 지난 2월 인도와 북유럽을 잇는 노선을 새로 개설했으며 기존 FIM(인도-지중해), IAX(인도-북미동안) 서비스와 연계해 인도 지역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인도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해안선을 따라 12개의 주요 항만과 200개 이상의 중소형 항만을 보유해 해운 산업 성장에 유리한 입지 조건도 갖췄다. 최근 인도 정부가 해운·조선 산업 육성을 위해 항만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은 지난 1월 인도 내 13번째 주요 항만인 바드반 항만 개발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바드단 항만은 철도, 국가 도로와 인접해 내륙 접근성이 좋고 완공 시 HMM이 운영 중인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도 가능하다. 인도 정부는 세계 10대 컨테이너항 진입을 목표로 2040년까지 총 9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HMM 관계자는 "인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물동량이 크게 늘고 있는 국가"라며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신규 노선을 발 빠르게 개척해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대서양이나 남미 등 신규 시장 노선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