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들이 별점과 등재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2020년 발행된 미쉐린 가이드북의 모습. /사진=로이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식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식당들이 별점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2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미쉐린 별점을 받은 식당들이 별점에 부담을 느껴 등재를 거부하고 있다. 이탈리아 루카에 위치한 레스토랑 질리오는 지난해 10월 미쉐린 측에 별점을 삭제하고 등재를 빼 달라고 요구했다.


레스토랑 공동 소유주인 베네데토 룰로는 미쉐린 별점이 부담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쉐린 별점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식당이 격식을 차려야 하는 식당으로 오해받았다고 말했다. 룰로는 "티셔츠와 샌들, 반바지 차림으로도 고급 레스토랑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자요리 전문가인 마르크 베라 셰프는 최근 프랑스 메제브 스키 리조트에 새로 연 레스토랑에 미쉐린 비평가들 출입을 금지 시켰다.

가디언은 미쉐린 별점을 받으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도 레스토랑 측에 부담이 됐다고 보도했다. 2011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레스토랑 피터샴 너서리를 운영한 스카이 긴겔 셰프는 미쉐린 별점이 저주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스토랑이 미쉐린에 등재된 후 너무 바빠졌고 자신의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파인다이닝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로 미쉐린은 최근 신세대 미식가나 인플루언서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친환경적 노력을 통해 지속할 수 있는 미식을 실천하는지를 따지는 그린 스타를 도입했다.

가이드북 판매가 저조해진 것도 변화의 원인이다. 음식 비평가 앤디 헤일러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쉐린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했다"며 "더 이상 인쇄된 가이드북을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미국, 중국 등 관광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쉐린 가이드가 관광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헤일러는 "미쉐린이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고 '미안하지만 식당들이 모두 형편없으니 별을 줄 수 없다'라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