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며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제1특전대대장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뉴스1에 따르면 김 대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대장은 예정된 신문을 모두 마치고 난 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돌아가시면 된다"고 말하자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군 생활을 23년 동안 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누군가는 제게 항명이라고 하는데, 맞다. 저는 항명했다.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가 부여됐을 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대장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그러면 제 부하들은 내란죄가 아니다.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군이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저를 날카롭게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감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윤 전 대통령은 김 대대장의 진술이 끝날 때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김 대대장을 잠시 응시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화제가 됐던 대표적인 어록이다.


앞서 지난 14일 첫 공판에서도 김 대재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국회 본관에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또 국회 경내 진입 후 이 여단장으로부터 받은 추가 지시에 대해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려고 하고 있으니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 유리창이라도 깨'라고 몇 차례 지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