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진 HMM, 미·중 갈등 겹치며 매각도 '난항'
정부 지분 72%로 확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올해 해운업 침체 우려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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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HMM이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변수에 직면해 고심이 깊다.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 확대까지 겹치며 매각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72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주식 전환권을 행사했다. 전환가액은 주당 5000원으로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HMM 주식 7200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두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기존 67.06%에서 71.69%로 확대됐다.
해운업계는 이번 전환권 행사로 HMM 민영화 작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 가치는 12조원 이상으로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 2023년 HMM 인수에 뛰어든 하림, 동원산업, LX그룹 등이 제시한 6조원의 두배 수준이다.
늘어난 정부 지분율도 민간 투자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 초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경영권 보장을 둘러싼 이견 끝에 인수를 포기했다. 수조원을 들여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온전한 경영권을 보장받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산은과 해진공은 해운 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매각 이후에도 HMM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은 인수 불발 이후 "실질적인 경영권 보장 없이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HMM은 대주주 지분율 축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 2조5000억원 이상의 주주환원을 예고했다. 이달 중 총 5286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이 완료될 예정이며 상반기 내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해운 경기 침체 전망도 HMM 매각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로 시작된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진공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극동과 유럽 물량이 관세 영향권에 들면서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해상 운임도 하락세다. 지난 1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24.10포인트 떨어진 1370.58을 기록했다. 1월 첫째 주(2505.17)와 비교하면 약 45% 낮다. 업황 둔화로 기업의 외형이 축소되면 인수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새 인수자의 부담이 커져 인수 매력도도 떨어진다.
해운 호황기를 거치며 몸집을 키운 HMM은 높아진 기업가치로 인수 난항이 예상돼 왔다. HMM은 지난해 매출 11조7002억원,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9.3%, 영업이익은 500.7% 급증했다.
최근에는 2조원을 들여 SK해운의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SK해운을 인수하면 HMM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보고 있다"며 "HMM이 벌크, 탱커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안사장 "HMM을 빠르게 졸업시키겠다"며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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