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오는 24일 전원합의체 속행기일 여는 가운데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를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6월3일 대선 전 선고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법원이 최종심 절차에 속도를 내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당혹감이 감지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대법원 2부에 배당됐던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2시 첫 번째 전합 심리를 진행했고 이튿날인 오는 24일 두 번째 합의기일을 이어가기로 했다.

통상 대법원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며 판례 변경이나 대법관들의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에만 전합으로 회부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소부에서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합으로 직행한 탓에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조속한 심리와 선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명해 지난해 12월8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된 인물이다.

대법원이 속도전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상황 파악과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사법부와의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모양새지만 당내에선 우려와 불신이 교차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구을)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극히 이례적인 속도전에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며 "12·3 계엄 논란이나 서부지법 폭동 당시엔 조용했던 사법부가 왜 이렇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할 대법원이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판 중심에 서고 싶은 것이냐"며 "매우 이상하다(Very strange)"고 비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전 대표의 선거법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선례 없는 절차와 빠른 진행 속도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또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즉시항고도 하지 않고 풀어줬던 검찰이 이번 사건은 굳이 상고했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입증된 항소심 판결이 있는 만큼 대법원이 원칙에 따라 상고를 기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한 대응 수위를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 자칫 대법원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경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지나친 공세는 보수 진영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 사건의 전합 회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분간 법원의 향후 일정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조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