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괜찮은데 굳이"… '제살 파먹기' K브랜드 면세 입점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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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와 K패션의 글로벌 인기에 면세점들의 토종 브랜드 유치가 이어지면서 백화점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 로드샵과 백화점에서 매출이 좋은 브랜드를 굳이 면세점에 입점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일부 시내 면세점은 백화점과 같은 건물에 있거나 인접해 있어 캐니벌라이제이션(매출 잠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들이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여행객들의 쇼핑 트렌드가 글로벌 명품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옮겨가면서 최근 2~3년 동안 중소 K브랜드의 면세점 입점도 가속화했다.
다만 이로 인해 지속해서 제기되는 문제점도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간 경쟁 심화 ▲(백화점, 면세점 동일 기업인 경우)계열사 간 매출 잠식 ▲중저가 브랜드들의 수익성 저하 등이다.
2014년 스타일난다가 신라·롯데·현대 면세점에 입점하며 물꼬를 튼 이래 중소 K브랜드들이 빠르게 면세점 시장에 안착했다. 2015년부터 더샘, 비홉, 아이소이 등 중저가 뷰티 브랜드는 롯데·신라면세점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스크팩과 세럼으로 인기를 끌었다. 같은해 젠틀몬스터도 신세계면세점에 진출, 이후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으로 채널을 넓혔다.
신세계면세점은 2021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오아이오아이(OIOI)와 함께 K브랜드를 꾸준히 유치했다. 2023년 동남아 인기 브랜드인 후아유(Who.A.U)가 입점했으며, 2024년에는 아크메드라비, 커버낫, 마뗑킴, 드파운드 등 핫한 브랜드들이 줄줄이 명동점에 입성했다. 아누아, 스킨천사, 메디큐브, 조선미녀 등 K뷰티 라인업도 강화했다.
현대면세점은 2022년 중소기업 전용관 H하모니를 인터넷 면세점에 도입, K브랜드 판로를 넓혔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2023년 이후 더뮤지엄비지터, 아더에러, 하이루프, 로우로우, 브랜든 등을 입점시켰고 인터넷면세점에 파인드카푸어, 입큰을 추가했다.
매출 잠식·중저가 브랜드 수익성 저하 문제 풀어야
K브랜드의 면세점 입점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판로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K뷰티 전용 프로모션을 통해 아누아와 메디큐브의 매출이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롯데인터넷면세점의 파인드카푸어와 입큰은 공항 픽업 등 편의성을 제공하며 외국인 매출을 견인했다.그러나 백화점이 면세점을 운영할 경우 매출 잠식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면세점 매장이 같은 건물에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누아, 마뗑킴, 젠틀몬스터 등은 면세점에 없어도 외국인이 알아서 구매하는 브랜드인데 굳이 (면세점에) 유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면세 매장이 이런 브랜드들이 입점하게 되면 백화점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서도 면세점에 입점해 자체 할인행사에 세금 혜택까지 줘가며 매출을 깎아 먹을 필요가 있나 싶다"며 "중소 브랜드는 안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데 외국인들이 제값 주고 구입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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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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