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대 투자를 예고하는 AI 정책 공약을 내놓는 가운데 현실성이 부족한 AI 공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대 투자를 예고하는 AI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실제 국가 예산,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있어 구체적인 방안은 미비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중 수준의 대규모 '국가주도형' AI 정책 보다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 정책 공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AI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 구상을 밝혔다. 인프라 자립을 위해 GPU 5만 개 확보, AI 전용 NPU 개발을 추진한다. 또한 광주를 중심으로 AI 시범도시 조성하고 한국형 Chat GPT인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AI 대중화, 금융·재난 등 분야에 AI를 접목한 'AI 기본사회' 실현 등을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총 200조 원을 AI 생태계 조성에 투입하고, 'AI 전사' 1만 명을 양성해 5년 내 세계 AI 3대 강국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AI 특화 대학과 연구소 신설, 컴퓨팅 자원 확충,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등을 포괄하는 청사진이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은 대부분 미국, 중국, UAE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가 주도형 전략이다. 미국은 'CHIPS and Science Act'를 통해 2800억달러(약 370조원), 중국은 'AI+전략' 등을 통해 약 2320억달러(약 332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UAE는 AI인프라 확충을 위해 'Falcon'과 같은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에 약 1023억달러(146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AI산업은 83개국 중 6위다. AI 전략 수립 기업 비율도 90%에 이른다. 다만 AI 데이터 준비도는 18%에 불과하다. AI 인재 부족 기업 비율도 49%다. 지난해 정부가 AI 및 디지털 혁신 분야에 편성한 예산은 9조7000억원으로 전년비 올해 초 1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후보들의 제시한 투자 규모의 10~20분의1 수준이다.


현재 주요 후보들 중 가장 현실적인 AI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라는 평가다. 안 후보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실행 가능한 목표와 전략에 중점을 뒀다. 2035년까지 AI 세계 3강 진입을 위해 국가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한다. AI 분야를 포함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2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이다.

특히 안 후보의 공약은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의 AI 개발 모델을 국내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두 국가 모두 1조원대의 예산을 AI산업 개발에 투입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중심으로 AI 민간 생태계를 활성화해 높은 기술 경쟁력과 산업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AI 펀드를 조성하되, 투자 판단과 사업 운영은 민간 전문가 주도로 이뤄지는 'SGInnovate' 모델을 구축해 시장 위험은 민간이 부담하면서도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AI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유출"이라며 "국가가 최고급 박사급 인재들을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다 보니 함께 보조 하면서 커 나갈 인재들이 턱 없이 부족하다. 인재 한명이 유출되면 타격이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AI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면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최근 이스라엘이 AI 전문 인력 비율이 전체 노동 인구의 1.13%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AI 스타트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한 후보가) AI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해당 지역의 개인정보 및 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자유특구'도 매우 좋은 공약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로서 전반적인 AI 산업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정책"이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