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누적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넘었다. 도입 9년 만에 이룬 숫자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허전함이 남는다. 계좌는 늘었어도 정작 국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체감되지 않는다.


문제는 ISA의 세제 설계와 정책 유인 사이의 괴리에 있다.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원천적으로 비과세이기 때문에 굳이 ISA를 통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올려도 일반 계좌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ISA의 핵심 혜택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인데 그마저도 일반형은 연 200만원, 서민형·중개형은 연 400만원까지만 적용된다. 예금이자나 ETF(상장지수펀드) 배당을 합쳐도 이 한도를 넘기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손익통산 기능도 국내 주식만 하는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ISA 열풍에 가입자는 줄을 잇지만 정작 국내 주식 시장은 '찬밥' 신세다. ISA를 통해 거래되는 자산의 다수가 ETF 중심으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ETF들조차 국내 증시에 미치는 효과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ETF를 담았다 하더라도 상당수는 해외 자산을 추종하거나 글로벌 분산형 구조로 설계돼 있어 자금의 실질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부는 뒤늦게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형보다 2배 많은 비과세 한도(연 500만원, 서민형 1000만원)를 부여하고 국내 주식·주식형 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의무투자비율을 현행 4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또 한 번 본질을 비껴갔다. ISA의 가장 큰 한계는 비과세 한도 자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지만, 국내투자형 ISA는 이를 두 배로 확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지금도 ISA에서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예금이자나 ETF 배당만으로는 기존 한도를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에서 '한도를 키우면 해결된다'는 접근은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한도를 채우는 투자자가 적은 구조 속에서 단순히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 실제 유인책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결국 제도의 체감 혜택은 미미한데, 정책은 세제만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ISA의 명분은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자본시장 참여를 늘리겠다는데 있지만 지금과 같은 방향이라면 '혜택은 남고 유입은 없는' 반쪽짜리 효과에 그칠 수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불리함을 감수하고 애국심으로 남아있길 바라는 정책으론 더 이상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ISA에 필요한 건 '기대'보다 '기능'이다.
이지운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