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스위트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옛 한국유지 부지. 이곳에 공공기여로 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사진=부산언론인연합회


부산광역시가 공공기여로 제공되는 문화시설용지에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시관 건립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동일스위트는 2023년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에 1968세대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공공기여 이행 협약을 부산시와 체결하고 1만5000㎡에 달하는 문화시설용지에 관련 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이후 기장군에서는 공공기여 문화시설용지에 8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등을 갖춘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 줄 것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이는 정종복 기장군수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또 기장군의회에서도 구혜진 군의원이 지난 2월13일 대표발의한 '기장군 문화예술회관 건립 촉구 건의안'을 군의원 전원 일치로 가결시켰다.


구 의원은 7일 "문화시설용지에 대해 부산시는 기장군과 협의해 도입시설을 결정하기로 했고 기장군은 2023년 2월7일 도시관리계획 결정 신청에 따른 의견 제출시 문화시설용지에 문화예술회관 도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같은 기장군의 기대와는 달리 해당 부지에 전시관을 짓기로 확정했다. 황금재 부산시 도시공간조성과장은 "군민 일부보다는 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문화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판단해 전시관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공연장이나 전시관 둘 다 기장군민을 넘어 부산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용 대상자의 범위는 공연장이 훨씬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공연장을 외면하고 전시관으로 결정했을까. 이와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의 미술에 대한 극진한 애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은 건립비 1100억원, 연간 120억원이 넘는 운영비로 적자 운영 우려가 나오는 퐁피두센터 분관을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불구하고 남구 이기대예술공원 예정지에 추진하고 있다. 또 박 시장의 부인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청광문화재단에서 기장군에 민간 미술관을 짓고 있다.


이같은 부산시 행정에 대해 기장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역주민의 의견은 무시하고 부산시장의 입맛에 맞는 행정만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장군 출신 박종철 부산시의원은 "공공기여 협상제는 민간 개발사업자가 개발과정에서 지구단위변경으로 발생한 이익금을 공공에 환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면서 "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운철 기장군의원은 "디자인박물관이나 미술전시관이나 결국은 마찬가지인데 대놓고 미술전시관을 짓는다면 오해를 살 것 같으니 이렇게 교묘하게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현재 기장군에는 문화예술회관이 없다. 문체부 '2023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부산에는 총 12개소의 문화예술회관이 있으며 전국 82개 군 단위 자치단체 가운데 71개 군에 하나 이상의 문화예술회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