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19.6.29/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이창규 신기림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로 관세가 일부 완화됐음에도 경제적 불확실성과 관세의 부정적 영향은 사라진 게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미국과 중국은 10~11일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상을 마치고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국 관세를 125%에서 10%로 90일간 낮춘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관세 유예 기간 추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폭적인 관세율 인하가 이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추가 관세는 30%에 달해, 중국에 대한 실효관세율은 39%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매체 쿼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애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인하 합의가 물가 상승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쿠글러는 높은 관세가 공급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질 임금을 감소시키며,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관세의 영향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계속해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무역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관세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굴스비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며, 관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이 관세 유예 조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인력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며,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했다.

굴스비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분명히 줄었지만 여전히 무역 분쟁 전보다 관세 수준이 3~5배 높기 때문에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5.05.1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이제 협상의 문을 열었을 뿐이라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에도 무역전쟁을 벌이던 양국이 90일 관세 중단에 합의하는 휴전을 이뤘다가 다시 갈등이 재개된 적이 있다.

굴스비 총재는 이번 합의가 "영구적이지 않으며 가까운 미래에 재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일부 발표는 주요 결정을 미루고 있어 미국 기업들이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연준도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좀 더 명확해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도 "이렇게 불확실성이 클 때는 (통화) 정책 결정의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말버러의 셸던 맥도널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30% 관세를 유지하더라도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단기적인 무역 휴전에 그칠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세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의 애널리스트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