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 카페에서 출근 전 이메일을 확인하는 이찬성씨. /사진=유찬우 기자


"요즘 모두가 힘든 만큼 사회적 안전장치가 생기면 좋겠어요."


지난 12일 오후 이찬성씨(가명·30)는 출근에 앞서 하루를 버티게 해줄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의류 판매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한 의류 브랜드에서 재고관리 총괄책임자를 맡고 있다. 회사에서 옷을 만들면 소매 업체들의 주문을 받고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그의 일과는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사뭇 다르게 오후 5시에 시작한다. 오후 7시30분까지 점포로 출근한다.

이씨는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매일 새롭게 들어온 의류 수를 확인하고 소매업체 문의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메일이나 도매업자 전용 사이트 등을 통해 해당 주문을 확인한 뒤 처리하면서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 가게 포스기에 주문 내역을 적어 영수증을 건물 1층으로 전달한다"며 "이후 1층에서 물건을 포장하면 야간에 주문한 소매업자나 사입자가 가지러 온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보통 다음날 오전 2시쯤에 마무리된다. 오전 2시 이후 이씨는 첫 끼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는 "원래 동대문 의류업계는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제일 바쁘다"며 "밥 먹은 후에는 의류 사이즈 및 수량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전 4시30분쯤 퇴근하는데 그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은 사무실 정리 및 사업 관련 회의를 한다"며 "오전 5시에 집으로 돌아오면 강아지랑 아침 산책을 한 뒤 잠을 청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씨가 일하는 점포가 있는 건물. /사진=유찬우 기자


이씨는 출퇴근 길에 대중교통 대신 오토바이를 탄다. 퇴근하고 나면 대중교통 첫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취직했을 때 대중교통 이용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지하철 첫차가 늦고, 집으로 향하는 심야버스를 타려고 하면 막차가 4시30분이라서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토바이를 사기 전에는 퇴근 후에도 30분~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대중교통을 탔다"며 "어떨 때는 동대문역에서 신설동역까지 걸어 우이신설선 첫차를 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는 남녀갈등을 꼽았다.

이씨는 "최근 우리 동네와 가까운 미아역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다"며 "우선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 등으로 남성들이 예비 범죄자 취급받는 일부 상황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라며 "여성분들의 마음은 100% 이해하지만 우리끼리라도 서로를 혐오하는 행동을 멈췄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정치권부터 성별 갈라치기를 멈추고 젠더갈등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 안팎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데 사회라고 별반 다를 바 있겠나"라고 짚었다.

또 "초등학생이었던 당시 2002 한일월드컵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며 "요즘 사회에는 이러한 국민 통합의 순간을 마주하기 힘든 것 같다. 다들 너무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예전처럼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 상징성 중요해… '강강약약'의 리더십 보여주길"

이씨가 바라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강강약약'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와대 개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그는 "청와대 개방의 취지는 잘 알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대통령의 상징성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하면 백악관이 떠오르는 등 각국 정상의 상징성이 있는데 용산 집무실은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처럼 삼권 분립 체제지만 비교적 대통령의 권한이 더 큰 국가에서는 청와대 같은 상징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소통을 강조하며 도어 스테핑을 진행했지만 나중에는 이를 중단하고 질문도 가리면서 받아 의도가 와해된 것 같다"고 짚었다.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모습은 '강강약약'이다. 약자에겐 고개를 숙일 줄 알고 외교 현장에서는 '굳건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를 뒤늦게 알아차리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당시 어머니의 월급이 특정 기준보다 20만원이 더 높아 꿈나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계선에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과 소통할 때는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동대문 의류 도매업계는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중국과의 교류가 계속 이어져야 동대문 상권뿐만 아니라 국가 전반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은 정권의 색채에 따라 미국·중국 중 양자택일이 아닌 균형잡힌 외교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