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구조도(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자본금이 5000만 원에 불과한 비상장사 주식을 100억 원이 넘는 전환사채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매각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회사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공인회계사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1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인수합병(M&A) 브로커 A 씨 등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여기에는 회계법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 2명도 포함됐다.


회사를 불법적으로 넘기려던 C 상장사 대표 백 모 씨는 지난해 11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2월 매수 가치가 없는 회사의 가치를 부풀려 매수하는 방식으로 C 상장사에 18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백 씨는 C 상장사의 경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관리종목 편입 위기 등으로 매각이 불투명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로커 A 씨 등과 접촉했다.

A 씨는 경영권을 인수하고 싶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D 회사 대표와 함께 공모해 자회사 가치를 부풀려 주식 인수 대금을 마련하고자 했다.


백 씨는 고평가된 C 상장사 주식 6만 8454주를 사들여 약 180억 원의 C 상장사 전환사채를 양도했고, 브로커들은 이를 현금화시켜 경영권 매각 대금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거래 당시 해당 자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금은 5300만 원에 불과하고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22억 원에 달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범행에 공모한 공인회계사 2명은 '자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검증이나 실사 없이 허위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를 대가로 용역 보수 외에 1억 원을 추가로 챙겼다.

범행 이후 C 상장사는 외부감사 과정을 통해 거래정지·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주당 3000원에 달했던 주가는 거래정지 직전 400원까지 하락했다.

현재 C 상장사는 상장폐지 심사 중이고, 지난 3월에는 회생절차도 개시됐다. 범행으로 피해를 본 소액 주주 200여 명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사와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구조를 확인하고,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은 공범도 추가로 인지해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