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학내인권단체협의회 학생들이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인권 자치 기구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평등한 공론의 장이어야 할 전학대회를 대법원에 비유하기를 서슴지 않는 총학생회장께서는 대학 공동체 안에서 감히 대통령의 꿈을 꾸십니까."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총학생회의 주도하에 학내 여성·소수자 특별기구가 통폐합된 고려대학교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총학의 행태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백래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고려대 학내인권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3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총학의 인권 자치기구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여학생위원회(여위)와 소수자인권위원회(소인위)의 합병 결정과 특별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내 인권 특별기구 소속 재학생들과 전직 구성원인 졸업생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총학의 특별기구 징계 시도에 대한 고려대 학생사회 전직 대표자·구성원 연서명에는 723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의회는 총여학생회의 후신 격으로 34년의 역사를 지닌 여위와 소인위의 합병이 사실상 여성·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해 온 기구들을 해체하고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여위와 소인위는 지난 6일 열린 고려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의결을 통해 신설 합병됐다.

협의회는 "학내 인권 자치 기구에 대한 징계성 통폐합, 감사 기구 설치는 여성, 젠더, 소수자 등 권리 의제를 전담하는 특별 기구의 전문성,자율성, 독립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민주적 학생 사회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백래시의 맥락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여위 운영위원인 안승주 씨(통계학과 23학번)는 "한 대의원은 (전학대회에서) 자신의 학과가 몇 년째 남녀 동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로 작금의 사회상에선 여위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발언했다"며 "사회적 소수자는 단순히 수적 열세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차등 배분으로 인해 생기는 것인데, 이런 기본적 이해도 없이 여위의 존재 의의를 부정한다"고 말했다.

안 씨는 "여위가 없는 동안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어떡하나,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소외된 피해자가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며 "학내 사건이 발생해 여위에 성폭력 대응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망설임 없이 그들과 함께할 저 자신을 안다. 고려대 학우들의 인권은 지금껏 이런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특별기구가 지탱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활도서관 운영위원인 임서연 씨(국어국문학과 21학번)는 "특별기구들은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 대응 창구 운영, 인권가이드 배포, 배리어프리 석 마련 등 총학생회가 운운하는 '전체 학생'에 포함되지 못하는 학우들의 권리까지 보장하기 위해 힘써왔다"며 "본인들이 인권 정책을 직접 실행하기는 싫지만, 인권 단체는 탄압하고 싶어 하는 총학생회의 무책임과 악의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학내인권단체협의회 학생들이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가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인권 자치 기구 탄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5.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또한 총학생회가 산하 특별기구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사무실 및 물품 등을 봉인·조사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주도한 것에 대해 "학생 자치의 본질을 위협하는 명백히 문제적인 결정"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감사위는 특별기구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도 진행할 수 있다.

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이미 예결산특별위원회와 전학대회를 통해 정기 감사를 받고 있는 특별기구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상설 감사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감사이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감사위의) 막대한 권한은 민간 학생자치기구에 국가기관 수준의 압수수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소인위 소속의 김다희 씨는 총학을 향해 "입맛대로 단위의 사업을 감시하고 단위 물품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기자회견 직후 여위와 소인위의 신설합병에 대한 이의제기 소명서를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고려대 학칙에 따르면 징계에 대해 이의가 있는 특별기구는 징계가 의결된 날부터 7일 이내에 소명서를 작성해 중앙운영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중운위는 이의가 제기된 시점부터 7일 이내에 징계를 재심의해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중운위는 징계의 유지·하향 조절 또는 취소 중 하나를 의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