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8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5.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레오 14세 새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치를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가톨릭의 전통을 존중하며 진보·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강력한 연속성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전통주의자들을 기쁘게 하는 미묘한 제스처를 몇 가지 취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WSJ은 레오 14세의 지난 며칠간의 행보를 토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치를 좇으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WSJ은 레오 14세가 지난 9일 자신을 선출한 추기경들과 만났을 때 교회를 더 포용적이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곳으로 만들려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지난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서 한 첫 축복 메시지에서도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인도-파키스탄의 평화를 촉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12일 전 세계 언론인과의 첫 공식 대면에서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요구를 강조하며 전임 프란치스코의 생각을 반영해 언론이 세상에 사실을 제시할 때 온건한 언어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 창에 나타난 모습. 13.03.13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이와 동시에 레오 14세는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옷차림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차별점도 부각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진한 분홍색의 모제타(어깨 망토)와 자수로 장식된 영대(목에 걸치는 띠), 금색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이는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식 없는 흰색 사제복과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고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프란치스코가 검약·청빈을 강조하며 낮은 자세를 부각한 것과 비교해 레오 14세는 교황의 권위를 드러내는 전통적인 복식까지 거부하지는 않은 것이다. 프란치스코의 50달러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와 레오 14세의 애플워치 또한 비교된다.

같은 맥락에서 레오 14세는 역대 교황이 대부분 머물렀던 처소인 사도궁에서 지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궁이 아닌 바티칸 내 방문자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묵어 왔다.

아울러 WSJ은 레오 14세가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가톨릭 보수파의 환영을 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