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른바 '대포 선불 유심'을 개통해 줬다면 그 유심이 타인에게 제공될 가능성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의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용자의 식별정보가 저장된 유심을 끼워 타인에게 양도해 사용하게 한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선불 유심을 B 씨의 관리 아래 둔 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실제 유심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B 씨로부터 선불 유심 개통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점에 비춰보면, B 씨를 도와주려는 단순한 호의로 선불 유심의 개통에 응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 씨에게 피고인 명의의 선불 유심을 개통하게 할 당시 그 유심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된다는 것에 대해 알았거나 적어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고인의 고의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을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0년 12월 휴대폰 대리점 운영자인 B 씨로부터 "선불 유심을 개통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유심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과 신청서, 확인서약서 등을 제공해 총 9회선의 선불 유심을 개통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휴대전화 대리점 실적이 부족하니 개통 실적을 쌓는 용도로 선불 유심을 개통하게 해 달라. 타인에게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B 씨의 말을 믿고 단순한 호의로 선불 유심의 개통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