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재명 '주소이전' vs 이준석 '세금할인'
청년 유출과 고령화에 빠진 부산… 두 후보의 산업 전략 맞대결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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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부산 미래산업 거점화 전략이 주목받는다. 특히 부산은 초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청년 인구 유출이 지속돼 지역의 미래 인구 구조와 활력 회복 차원에서 대응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미래산업 유치' 중심 지역전략은 지역 인구 구조 전환과 산업 생태계 재편을 통한 해법 모색으로 풀이된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 인구는 총 325만9219명이다. 최정점을 찍었던 1995년 대비 15.21% 감소했다. 평균연령은 47.4세로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다. 2년 연속 전체 순유출 인구 중 청년층이 56.9%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지역 경제·산업의 약화와 경제 핵심 인구 감소가 맞물려 지역 침체의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공공기관과 국적 선사인 HMM의 부산 이전을 통해 해양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준석 후보는 세제 유인을 활용한 금융사 자발 유치로 민간 중심의 금융 클러스터 형성을 제안했다.
공공기관 중심 '행정이전형 모델'… 민영화·물동량 감소에 실현 가능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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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14일 부산에서 해양수산부와 HMM(옛 현대상선)의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이전을 통해 해양산업의 중심지를 부산으로 옮기고 HMM 본사 이전을 통해 해운산업의 중심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부산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초대형 항만 육성, 해양 R&D 및 스마트 물류 인프라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부산항은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50% 이상이 중국·일본 등 타국 화물을 처리하는 환적화물로 구성 돼있다. 중간 경유지 역할이 더 큰 셈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상하이·닝보·칭다오 등 자국 항만에 직접 기항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일본도 환적 물류 의존도를 줄이면서 부산항의 전략적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공약의 취지 자체는 좋으나 해운산업의 특성과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하향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항만은 민간투자를 통한 자율운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만큼 정부가 항만 확장·투자 주도하는 방식은 자금 효율성 낮고 수요 예측 실패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제조업 침체 속에서 물동량 자체가 늘지 않으면 항만만 키운다고 수요가 생기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소규모·직접 기항 방식으로 재편돼 항만을 대형화해도 이를 채울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판국이다.
HMM 역시 현재 민영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본사 이전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산업은행도 금융당국과 함께 보유 지분을 조속히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공공기관을 통한 지역 산업 거점화 전략 자체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소 이전' 중심 공약이 실제 산업 흐름과 괴리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제 유인 통한 자본 흐름 전환 전략… 글로벌 금융특구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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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후보의 부산 발전 공약 핵심은 주식 거래세의 차등 인하다. 전국 공통 세율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부산에 본사를 둔 증권사를 통한 거래에 한해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질적 본사 기능과 기업 활동이 부산에 있을 경우에만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다. 현재 코스피 기준 증권거래세는 약 0.23% 수준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연기 등으로 세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인 세금 인하 유인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준석 후보는 세제 혜택을 통해 법인세 납부지와 인력, 관련 산업까지 동반 이전시키는 구조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법인세는 사업장 실체에 따라 납세지가 달라지며 지방소득세도 사업장별로 배분된다.
세제는 국제 금융사의 입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해외에서 법적 예외를 설정해 자본 유치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는 영국 런던의 금융특구,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금융특구, 베트남 호치민 국제금융특구법을 도입한 베트남의 호치민도 새로운 금융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자본 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낮고 배당·자본이득에 과세하지 않는 홍콩에는 세계 100대 은행 중 70곳 이상이 지사를 두고 있다. 2023년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증권거래세를 0.1%에서 0.05%로 낮추자, 홍콩 당국도 자국 거래세(0.13%)의 인하나 폐지를 검토했을 정도로 세율 조정은 직접적인 시장 유인책이 된다.
반면 부산은 2009년 공식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각종 지원을 받았지만 10여 년이 지나도록 외국계 금융사 본사를 유치하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까지 본사를 둔 외국계 금융사는 일본계 은행 단 1곳뿐이다.
청년 창업 기반 확대 효과 또한 노릴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당국(MAS)이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과 인력개발 예산을 운영하며 청년층의 금융권 진입과 창업을 지원하고 있고,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물론 증권거래세를 지역 한정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은 자본시장의 비지역적 특성상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와 조세평등 원칙(헌법 제11조)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입법 목적과 정당성을 갖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세기본법 등 기존 세제 체계와의 정합성 확보,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필수라 넘어야할 산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도 지난해 6월 부산을 '금융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금융기업 인센티브를 일부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제도 설계에 따라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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