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던 광주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익 감소 외에 피해보상, 고용안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사진=뉴스1


글로벌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던 광주공장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한국타이어가 대전공장 화재로 생산 차질과 소송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만큼 금호타이어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사흘째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불은 타이어 기본 재료를 혼합하는 정련공장 내 오븐 장치에서 스파크가 튀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재로 직원 1명과 소방대원 2명이 다쳤고 총 부지 면적 14만955㎡ 중 절반 이상인 7만여㎡가 전소됐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하루 3만3000여본, 연간 12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해온 주요 생산거점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금호타이어 총 생산량 6139만본의 20%를 책임졌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타이어 제조 공정의 핵심인 원료 배합 시설이 전소되면서 공장 정상 가동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는 물론 유럽 수출과 현지 공장 설립 등 글로벌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주공장은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고성능 타이어를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4조5381억원, 영업이익 5906억원을 기록했는데 고인치 제품이 전체 매출의 42.6%를 차지했다. 올해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기반으로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했지만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와 유사한 피해 규모를 감안할 때 타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대전공장도 불길을 완전히 잡는 데 수일이 걸렸고, 화재가 시작된 2공장은 전소돼 현재는 1공장만 가동 중이다. 대전공장의 생산실적은 화재 전인 2022년 1조643억원에서 2023년 6367억원으로 40.2% 감소했다. 지난해도 6413억원에 그치며 생산 능력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주택가에 위치해 2차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장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일부는 검은 연기와 분진으로 인한 기관지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피해 보상과 소송 등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대전공장 화재 보상 과정에서 약 200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공장 인근 아파트 주민 300여 명은 공동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공장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보다 주택가와 가까워 2차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와 분진의 영향을 받은 인근 4개 아파트 단지 주민 176명은 현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한 상태다. 호흡기 질환 등 신체상 피해뿐만 아니라 차량에 그을음이 남는 등 물적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전환 배치 등 고용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공장 근로자는 약 2300명으로 현재 대부분이 자택에서 대기 중이다. 2공장 3분의 2 이상이 전소되면서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고용 불안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 화재 이후 협력 업체 노동자 260여 명을 권고사직 처리해 반발을 산 바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광주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근무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이 되면 추후 보상안도 정해질 예정"이라며 "화재 진압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