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당신의 대통령] 비상계엄 맞서 탄핵 외쳤다… "다음 대통령, 상식 통하는 사회 만들길"
(23) '빛의 혁명' 함께한 유지은씨가 바라는 대한민국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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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치 고관여자가 아니에요. 정치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살면서 시위 한번 나가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 대통령 탄핵시위에 나가게 된 건 비상계엄이 준 충격 때문이었죠."
유지은씨(31·가명)씨는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잠을 자려던 유씨는 거실 TV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하는 소리를 얼핏 들었다. 처음엔 잘못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시하고 잠을 청했던 유씨는 곧바로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메신저 단체방 알림이 쉴새없이 울렸기 때문이다.
유씨는 "계엄 관련 상황과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카톡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포털 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며 "독재 정권에서나 볼법한 계엄을 2025년에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선포 이유가 야당 때문이라는 것도 황당해서 '내가 아는 그 계엄이 맞나' 믿기지가 않았는데 포고령을 보고 나서야 진짜 계엄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언급했다.
유씨는 불안함에 뉴스 속보와 유튜브 생방송을 번갈아 보며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군인들이 장갑차를 몰고 국회로 가는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진짜 전쟁이라도 난 게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안이 가결되기까지 유씨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는 "계엄해제안이 가결되고 겨우 안도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며 "야당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국회에 모이는 모습과 이를 지키려는 시민들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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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달려간 시민, 또래 여성 모습에 집회 나설 용기 얻어
그날 이후 유씨는 거리로 나섰다. 비상계엄을 자행한 정권을 비판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그전까진 한번도 시위를 해본적이 없지만 항상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한 사람의 그릇된 결정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이 집회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특히 또래 여성들이 광장을 지키는 모습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유씨는 "같이 아이돌,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일상을 공유하던 사람들이 국회와 광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집회에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평일 집회에도 평일인 게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소회했다.
한겨울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탄핵을 외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씨는 자리를 지켰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나누는 핫팩, 음식물 등이 큰 위로와 연대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위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던 지난해 12월14일이라고 한다. 유씨는 "그날은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격식있는 옷차림 대신 두꺼운 롱패딩과 목도리, 장갑, 마스크, 핫팩으로 무장한채 예식장을 다녀왔다"며 "결혼식이 끝난 뒤에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생존용 아이템으로 무장했다"고 말했다.
국회로 걸어가던 유씨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의 거대한 행렬이 한 방향을 향해 동일한 구호를 외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응원봉 뿐만 아니라 무드등을 들거나 온몸에 전구를 휘감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유씨도 한 손에는 직접 제작한 LED봉을, 다른 손에는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받아온 부케를 손에 들고 행진하며 탄핵을 외쳤다.
결국 이날 야당의 주도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퍼지고 노동단체가 준비한 노란색 풍선이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올랐다. 여의도 국회 앞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환호성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유씨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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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다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내몰리는 일 없길"
탄핵가결 이후 123일 만인 올해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이 이뤄졌다. 이후 대한민국은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조기대선 정국에 접어든 상황이다.유씨는 여당이 대선후보를 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내란을 일으킨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 데다 탄핵을 추진과정에서도 내내 비협조적으로 행동하고 윤 전 대통령을 비호했다"며 "그럼에도 끝가지 야당 탓을 하는 것을 보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유씨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들의 여성 공약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뉴스에서 교제폭력으로 죽는 여성들의 소식을 그만 보고 싶다"며 "N번방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이다. 지인들의 몰카를 딥페이크로 합성해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성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염원한다"고 했다.
이어 "뜬금없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등 남녀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제폭력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강력 대응 등을 언급한 후보 눈여겨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에 가장 힘을 써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유씨는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한국의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연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국제 정세가 출렁이는데 한국은 이를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내수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환율도 불안정하다. 전 정권에서 가중된 나라 빚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대통령을 원한다는 게 유씨의 바람이다. 유씨는 "국민들이 다시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내몰리는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한다"며 "다음 대통령이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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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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