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하 죽였다" 5세 살해 후 몸에 메시지… 엽기 살인마 '재조명'
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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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부산을 발칵 뒤집은 엽기적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22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연출 이큰별 이동원 고혜린, '이하 '꼬꼬무') 176회는 '내 아이가 사라졌다' 특집 3부작 중 두번째로 '후하하 죽였다 범인의 메시지'를 주제로 김종국, 정은지, 임하룡이 리스너로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 1975년 8월 부산 서구 한 어시장에서 5세 남자아이가 속옷 하나만 걸친 채 손과 발이 묶이고, 입안에 신문지가 가득 채워진 채 시체로 발견됐다. 피해자 도훈이(가명)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한 뒤 사라졌다는 것과 실종 2시간 이내에 살해된 것으로 보여 부산일대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정우 형사는 "희열을 느끼기 위해 아이를 죽인 특이한 범죄"라고 떠올렸고, 정은지는 "소름이 돋는다"고 경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끝이 아니었다. 도훈이 사라지기 4일 전 부산 영도구에서 7세 지은(가명)이가 동네에서 핫도그를 산 후 실종되고, 도훈이처럼 손발이 묶인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발표했으나, 현장을 살폈던 기자에 의해 살인 사건임이 드러났다.
당시 국제신보 기자 조갑제는 "사건 현장은 용두산이었다. 단순 변사 사건이라는 말에 다수의 기자들이 산을 내려갔는데, 사회부 박몽계 기자만 신발이 없는 상태에서 (시신이) 버려진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며 "박 기자 혼자 다시 산에 올라가 취재해보니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살인 사건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서 특종 보도가 됐다"고 증언했다.
특히 시신의 가슴에는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공원에서 죽었다"등 이해를 할 수 없는 글들이 적혀 있어 소름을 돋게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도훈이의 사건과 동일 범죄자 소행이라고 봤는데, 그 이유는 도훈이의 몸에도 "후하하 죽였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기 때문. 정은지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열 받는다"며 분노했다.
오윤성 교수는 이춘재 사건을 예로 들며 "이러한 시그니처 범죄는 1990년대 후반기부터 나오기 시작했기에 이 사건은 시간을 굉장히 앞질러 갔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김종국은 "이런 시그니처를 스스로 생각한 것 자체가 무섭다", 정은지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이런 범죄를 했다는 게 말문이 막힌다"며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인가"라고 기막혀 했다.
범인은 부산의 한 파출소로 전화를 거는 대담함도 보였다. 전화를 건 남자는 "지은이의 사건을 알고 있냐", "내가 죽였다", "7698" 등 알 수 없는 말로 범행에 대한 비뚤어진 우월감을 드러냈다.
그 당시 부산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집들은 비상 상태였다. 거리 곳곳에서 유괴 예방 캠페인이 벌어졌다. 또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로 붐볐고 길거리는 텅 비었다. 조갑제는 "공포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며 "동원된 경찰들이 산과 들판을 수색해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범인 제보 현상금만 100만원이었는데, 공무원 초봉이 2만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로 30대 남성이 찾아왔다. 9살 딸이 유괴될 뻔했는데, 딸의 이름이 '임재은(가명)'이라는 것. 재은이는 하교 후 대낮에 20대로 보이는 남자에게 유괴를 당했다. 범인은 재인이를 협박해 택시를 탄 후 대신공원으로 향했고, 숲속으로 향하면서 "나를 주인님으로 불러라"라고 하는가 하면 집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이후 재은이의 목을 조른 후 현장에서 도망쳤지만 다행히 등산객들에 의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재은을 살해했다고 생각한 범인은 경찰서에 전화해 재은의 범죄를 밝히는 대담함을 보였던 것. 김종국은 "믿기 힘들다"며 할 말을 잃었다.
경찰은 재은이의 협조로 몽타주를 만들었고, 10만장이 넘는 몽타주가 배포됐다. 부산에서 3만회 반상회가 열렸으며 부산 전역의 택시 기사들을 똘똘 뭉쳐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러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후 1976년, 또다시 아동 유괴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5세 여아가 30대 부모와 호남선 야간 열차를 타고 가던 중 알지 못하는 20대 남성과 함께 이리역에서 사라졌던 것. 범인은 논산역에서 잡혔으나 사라졌던 딸은 이리역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범행 수법은 '후하하 사건'과 유사한 데다가 이리역 사건의 범인이 거주하는 곳이 부산 영도구였던 것. 영도구는 '후하하 사건' 범인이 전화를 걸었던 파출소가 위치한 곳이자 지은이가 사라졌던 곳이다. 그러나 이리역 사건의 범인은 부산의 아동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고, 경찰은 범행 관련성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단일 범행으로 종료됐다.
결국 잔혹했던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와 함께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김종국은 "끝이야? 못 잡았어? 아니 해결이 안 됐어?"라며 분노했다. 장성규가 "피해자 부모님들은 내 아이를 죽인 범인이 어딘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서정우 형사는 "끝까지 사명을 못했다"며 "범인을 못 잡은 것이 지금도 부끄럽다"고 피해자와 유족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자 정은지는 "특히 형사들이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여서 상심이 컸을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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