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경쟁력으로 글로벌 정조준' 김동헌 유일로보틱스 대표
[CEO초대석] 청라 거점 삼아 글로벌 공략 본격화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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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로봇 하면 덤블링하는 휴머노이드부터 떠올리지만 진짜 로봇의 시작은 부품 하나를 깎고 조립하는 제조 기반에 있습니다. 이 기본이 탄탄하다면 한국이 중국, 유럽과도 어깨를 견주는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20일 인천 청라 신사옥에서 만난 김동헌 유일로보틱스 대표는 '본질'을 자주 언급하며 거듭 강조했다. 화려한 로봇보다는 산업 기반을 지탱하는 제조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팔기 위한 제품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밀한 제조 노하우가 진짜 기술력"이라 말했다.
김 대표는 제조 산업 현장을 직접 누볐던 영업맨 출신이다. 고객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요구 사항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다. 그는 2010년대 초 중국에서 로봇 산업이 태동하는 모습을 보며 "공장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경험은 자동화 기술이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생존과 직결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이때 얻은 확신은 유일로보틱스를 시작하는 동력이 됐고 지금까지도 제조를 경영 철학의 중심에 두게 됐다. 그는 "제조업이 무너지면 로봇도 설 자리가 없다"며 "산업 현장에 자동화 기술이 뿌리내려야 한국 제조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유일로보틱스의 제품군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유일로보틱스는 직교로봇, 다관절로봇, 협동로봇 등 산업용 전 라인업을 자체 설비로 가공·조립할 수 있는 국내 유일 로봇 제조사다. 외주 조립이나 단순 시스템통합(SI)에 의존하지 않고 하드웨어 설계부터 부품 가공, 제어 기술까지 모두 내재화했다.
이런 제조 역량은 부품 파운더리(위탁생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특정 제품에만 올인하면 외부 변수에 흔들리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부품만 팔아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청라에 통합거점 구축… 수출·투자 잇단 성과로 글로벌 도약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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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3년 차를 맞은 유일로보틱스는 인천 남동공단을 떠나 청라 첨단도시로 본사를 이전하고 투자 확대에도 나섰다. 연면적 1만6000㎡ 규모로 조성된 신사옥은 단일 로봇업체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소, 생산라인, 테스트 라인, 고객 응대 공간까지 필요한 모든 공간을 집약한 통합 캠퍼스로 조성됐다.
김 대표는 "청라 이전은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라는) 공항 접근성과 글로벌 인증 연계 측면에서 입지가 뛰어나다"며 "연구개발부터 생산, 인증, 수출까지 가능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근에 조성 중인 인천 로봇랜드와 함께 청라의 로봇 클러스터를 이끌어 갈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전기·전자 부품 제조사에 직교로봇과 오토피딩 시스템을 수출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자동차 부품사의 해외공장에 자동화 시스템 공급하기로 했다. 수출 확대를 위해 멕시코에 영업소도 개설했다. SK 온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로보틱스 거품론' 넘어 3년, 5년 후 실적으로 증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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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스 거품론'이 제기되는 건 일부 기업이 외형을 키워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제기됐다. 해당 기업들이 신뢰를 잃자 관련 산업 기업들도 우려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초 제조 기반 없는 로봇 기업은 원가와 기술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로봇 사업은 1~2년의 실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3년, 5년 후 실적이 경쟁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사업 성장을 염두에 두고, 납품, 유지보수, 반복 수주까지 고려해 구조를 설계한다"며 "기술과 생산을 책임지는 본질에 집중해온 것이 유일로보틱스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유일로보틱스는 글로벌 확장에 발맞춰 제조, 품질, 해외영업 등 핵심 부문에 외부 인재를 충원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각 분야 전문가가 조직을 이끄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직교, 협동, 다관절, 물류 자동화, 휴머노이드까지 각각 책임 라인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로봇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정밀 가공·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2025년 2분기 중 기술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밀 제조 기반 위에 센서, 알고리즘, 구동 기술을 더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기계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과거에 한국산 TV나 휴대폰이 잘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지만 결국 성공했다"며 "로봇도 마찬가지고 산업 초기에 필요한 건 과도한 기대보다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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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