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표심을 좌우했던 핵심 이슈였던 부동산이 21대 대선에서는 그 무게감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사진은 주요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 비교 관련 그래프. /그래픽=김은옥 기자(머니S)


20대 대선에서 표심을 가르는 핵심 이슈였던 부동산은 21대 대선에서는 그 무게감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앞세우고 세금 등 수요 억제책에는 거리를 두는 비슷한 방향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책의 차별성이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4기 스마트 신도시 건설 등 총 250만가구 공급" vs 김 "청년·신혼부부 등에 총 100만가구 공급"

두 후보는 앞다퉈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그래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모습. /그래픽=김은옥 기자(머니S)


두 후보는 앞다퉈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4기 스마트 신도시' 건설을 꺼내들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도시의 재정비와 인프라 교체를 통해 도시 기능과 주거 품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하며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


집권 이후 5년 동안 250만가구 공급 목표도 내걸었다. 지난 대선에서 제시했던 311만가구 공급 공약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 후보 캠프의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3~4년 전처럼 주택 경기가 과열된 상황과는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5년 동안 250만가구를 공급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겨냥한 주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을 위한 주택을 매년 20만가구씩, 임기 5년동안 총 1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택 공급뿐 아니라 주거비 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표 공약인 '3·3·3 청년주택 공급'은 결혼 시 3년, 첫째 아이 출산 시 3년, 둘째 아이 출산 시 3년 등 총 9년 동안 주거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해당 지원을 적용받는 주택을 매년 10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확대 위한 방향성만 제시… 구체적 방안 없어"

두 후보 모두 재원과 부지 확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空約)을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경우 4기 신도시 관련 구체적인 부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후보도 어떤 유형의 주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주거비를 지원할지에 대한 세부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유례없이 부동산 정책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라며 "공약을 보면 지역,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공급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는 식의 방향성만 제시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특히 이 후보의 공약의 경우 아직 3기 신도시 사업의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4기 신도시 추진이 거론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토지 보상조차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착공에 들어간 3기 신도시 주택은 1만1000가구에 그쳐 착공률이 전체 공급 계획(17만4122가구)의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효선 센터장은 "사업성 악화로 인해 3기 신도시조차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4기 신도시 논의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오히려 기존의 공공지원시설 등을 주택으로 전환해 추가 공급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공약은 기존 정책과의 뚜렷한 차별성이 없어 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김 후보의 '3·3·3 공약'은 현재 시행 중인 특례론과 큰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며 "시장에서도 이 공약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세제 완화 없이 현행 유지" vs 김"세금 부담 줄여야"

이재명 후보는 세금 기반 수요 억제책에서 한 발 물러섰고 김문수 후보는 종부세·양도세 완화를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감세 공약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래픽은 주요 대선 후보별 부동산 세제 공약. /그래픽=김은옥 기자(머니S)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한 바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을 그으며 세금을 활용한 수요 억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이 과도한 세금 규제 탓이라는 인식에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핵심 세제에 대해 별도의 완화 공약 없이 현행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 규제 기조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 1가구 2주택자, 상속 주택에 대한 세제 완화를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는 부동산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며 비수도권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세제 개편은 대부분 법 개정을 수반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실제 입법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내놓는 이유는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등지에서는 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는 반면 그 외 대다수 지역에서는 시장이 얼어붙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2023년 3월 1084가구에서 2025년 3월 942가구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2526가구에서 4489가구로 증가했다.

다만 두 후보가 공약한 재건축 분담금 완화나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는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요 분석 없이 인허가를 남발한 지자체의 책임도 있지만 호황기에 지방 곳곳에 무리하게 주택을 공급한 것은 결국 민간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다.

이광수 명지대 겸임교수는 "세금을 낮추면 주택 공급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요는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세제 완화가 자칫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며 "집값이 안정된 상황에서 세제 완화를 논의해야지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선 세금 규제를 풀 명분도 약하고 오히려 신호로 작용해 투기 수요를 다시 불러들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 모두 정비사업 활성화… 이 "재초환 현행 유지" vs 김 "폐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도 두 후보의 공통된 키워드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도 두 후보의 공통된 키워드다.

이 후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노후 도심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재건축 정책과 관련해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노후 주택 정비와 주거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재개발·재건축의 신속 추진을 약속한 점은 김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는 정비사업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에 이양해 행정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며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한국형 화이트존'을 도입해 공급 확대를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두 후보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절반을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재초환은 아직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며 "실제 부담 수준을 지켜본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재초환을 폐지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도시 정비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약의 실효성과 구체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은 방향성 자체로는 매우 필요하고 정책 기조가 이쪽으로 잡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사업성이 낮은 상황에서 재초환 같은 규제가 여전하고 실제 정비사업 단계에서 필요한 공공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도시 개발과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이 동시에 제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도심 재정비까지 이야기하면 결국 수요가 분산돼 정비사업의 사업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결국은 표를 의식해 모든 걸 다 하겠다는 식인데 정책 실행 과정에선 상충되는 지점이 많아 보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