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중국발 공급과잉에 몸살…"정부 주도 빅딜로 생존 모색해야"
[새정부에 바란다] ⑤구조적 위기 맞은 석화업계, 국가 차원의 해결책 필요
정연 기자
공유하기
![]()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 탈탄소 압박 등까지 겹치며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NCC(납사분해시설) 등 기반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의 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본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차기 정부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석화업체들은 전례 없는 침체기를 맞이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대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1년 이후 3개년 실적 비교가 가능한 302개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국내 석화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7조7309억원에서 4조7920억원으로 82.7% 급감했다. 이 와중에 이자 비용은 2조2468억원에서 7조5215억원으로 3배 이상 늘면서 재무건전성 부담도 커졌다.
업황난의 주된 원인에는 중국발 공급과잉이 꼽힌다. 올해 전 세계 에틸렌 신규 증설량은 전년보다 약 300% 증가한 936만5000톤, 폴리에틸렌(PE) 증설량은 43.2% 늘어난 512만2000톤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세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 신규 증설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에틸렌이 67%, PE가 57%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발 상호관세 등으로 대부분의 석유화학업계 고객사들이 관망세를 보여서다. 중국이 이구환신 등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수요 회복 기대감도 나오나, 국내 석유화학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의 석화 제품이 자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95.2%, 폴리프로필렌(PP)은 96.9%를 기록했다.
탈탄소 압박도 만만치 않다. 석유화학업계는 사업 구조상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전 세계가 탈탄소 흐름에 접어들면서 불리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탈탄소 기조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고전력 설비인 NCC 수익성이 악화했다. 또 ESG 강화 흐름 속 석유화학은 녹색산업 분류에서도 제외돼 자금조달과 투자유지에 제약을 받고 있다.
![]() |
석유화학업계가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우선 앞서 언급했던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은 주요 기업 기준으로 매출 원가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석화산업 위기극복 긴급과제'를 제출하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감면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한 바 있다.
친환경·고부가 제품 연구개발(R&D)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 석화기업들은 스페셜티(고부가소재)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추세다. LG화학의 초고중합도 PVC(폴리염화비닐), 롯데케미칼의 난연 플라스틱, 금호석유화학의 SSBR(특수합성고무), SK케미칼의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등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중국의 범용 제품 공세가 거세지면서, 대량 생산 중심의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스페셜티 지원책에 대한 공약을 내세운 가운데 관련 지원책의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석화 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업계 사업구조 재편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가장 유력한 타개책으로는 현재 6곳인 NCC 보유 기업을 1~2곳으로 통폐합하는 게 거론된다. 한 기업의 NCC에 물량을 집중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통폐합을 위해선 정부가 독점규제·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한 기업에 대한 독점 위치를 인정해야 하는 만큼 국가적 노력이 중요하단 분석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감면, 연구개발 지원, NCC '빅딜'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 함께 추진될 때 산업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