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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영화 '하이파이브'로 극장가를 찾아왔다. 국내 감독 중 코미디 장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는 감독으로 꼽히는 만큼, '하이파이브' 초능력자 5인이 선사하는 유쾌한 활약과 시원한 웃음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개봉한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로 흥행에 성공했던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2018)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도 주목받았다.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

강형철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이파이브'의 시작에 대해 "만화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재미있는 상상이었다"며 "감독들이 늘 그렇듯 망상과 상상 그 중간에 어딘가에서 놀고 있지 않나, '과속스캔들'부터 제작실장으로 같이 일했던 유성권 PD가 '타짜2'를 찍을 때쯤 초능력자로부터 장기 기증을 받아 초능력자가 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재밌겠다' 하고 넘어갔다가 '스윙키즈'가 끝난 후 다시 얘기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초고를 썼다"며 과정을 들려줬다.

'하이파이브'의 중심 캐릭터는 이재인이 연기한 '태권 소녀' 완서다. 완서는 심장 이식을 받은 후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괴력을 갖게 된다. 강형철 감독은 "유성권 PD가 어떤 한 소녀가 언덕길을 자유롭게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그림이 생각난다고 해서 그걸(아이디어를) 제가 받았다"며 "저도 엉뚱하고 독특한, 개성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동네 사람들이 초능력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선에서 우리 주변과 크게 떨어지지 않은 사람들을 묘사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강형철 감독은 만화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과거 비디오 가게와 얽힌 자신의 추억을 전하며 "제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 몇 개를 뽑으라고 하면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있다, 학교 끝나고 혹은 주말에 거기서 재밌는 영화 하나 빌려서 집에 가는 길이 그렇게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 비디오 가게 같은, 장르의 다양성을 가진 감독이 되고 싶다,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 가게이고 싶다"며 "제게도 몇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이번에는 정말 오락 영화 같은 걸 찍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강형철 감독은 '하이파이브'로 다시 한번 더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다. 그는 코미디 장르도 또 한 번 더 호평을 받게 된 데 대해 "별로 타고난 게 없다"며 "관객으로서 저도 그냥 재미있는 거 하고 싶어서 했던 건데 그냥 운 좋게 관객분들하고 소통이 잘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또한 "정말 콘서트 같은 영화로 관객분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다행히 많이 웃으면서 보시니까 너무너무 기분 좋더라"고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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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는 완서를 비롯해 폐를 이식받은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 분), 신장을 이식받은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 분), 간을 이식받은 작업반장 약선(김희원 분) 그리고 각막을 이식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 분)까지 다섯 명의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또한 빌런으로는 췌장 이식 후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된 새신교 교주 영춘이 등장한다. 영춘 역은 베테랑 배우 신구와 가수 겸 연기자 박진영이 2인 1역으로 연기했고, 박진영은 극 후반부 완서 역의 이재인과 치열한 액션신을 보여줬다.

강형철 감독은 이번 액션신에 대해 "해 보니까 힘들었다"면서도 "영화 찍고 나면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조금 지나면 '다음에 뭐 하지?' 하는 그 무한 반복을 하는 머리 나쁜 사람들처럼 저도 그중에 한 명"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재인이와 진영이를 보면서 아직까지도 마음속으로 큰 박수를 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이파이브 스틸


현재 국내 극장가는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은 누적관객수 약 336만 명을 달성한 '야당'이다. 강형철 감독은 7년 전 '스윙키즈'를 선보였을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극장가 상황에 대해 "흥행은 모르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그는 "첫 영화부터 흥행을 몇 번 해본 적은 있는데 '흥행해야지' 하면서 찍진 않았다"며 "저도 글을 쓰면서 '이게 관객으로서 재밌나'가 첫 번째였다, 몇 년의 시간을 공들여 작업하는 것인 만큼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재밌냐 안 재밌냐, 시간을 바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닌가 이게 첫 번째인데 '하이파이브'가 인생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충분히 판단했기 때문에 흥행은 그다음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강형철 감독은 "전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극장에 대한 추억이 너무 많고 극장에 들어갔을 때 냄새며 그 공간이 주는 그 설렘이 있는데 없어진다면 너무 슬플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제 인생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극장이었고 제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게 정말 꿈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극장이 없어지면 안 된다"며 "전 영화 만드는 사람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우선 관객분들이 극장에 오실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진심도 전했다. 그러면서 "여럿이 웃으며 공감하면서 '그래 극장은 이런 맛이지'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만들 것"이라며 "지금은 '하이파이브'가 그 작은 마중물이 되길 기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형철 감독은 우선 '하이파이브'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바란다고 했다. '하이파이브'의 순제작비는 15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290만 명이다. 이에 향후 스핀오프 등 세계관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 일은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소망이 있다면 일단 손익 분기점을 넘고 관객들도 다 함께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길 기원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