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 무대에 올라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제도권 밖에 머물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권 안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틀째인 5일 국내 ETF 시장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200조원을 돌파하면서 대중 투자상품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기존 자산과 제도권 금융기관이 ETF를 통해 빠르게 연결된 것처럼 가상자산 역시 ETF 구조를 통해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ETF' 도입 기대감…기초자산 인정 여부가 핵심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금융사는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ETF를 설계하거나 판매할 수 없다. 투자자들도 해외 ETF에 우회 투자하거나 거래소를 통한 직접 매매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업계는 법 개정 혹은 금융위 유권해석 전환을 통한 비트코인 현물 ETF 제도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특정 디지털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물 ETF는 일반 주식처럼 증권계좌를 통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어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암호화폐를 직접 보관하거나 복잡한 보안 정보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쉽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 모두에서 청년층 자산 형성 수단으로 비트코인 ETF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출시를 넘어 운용사·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단기 수익성보다 제도권 편입이라는 상징성이 더 크다"며 "청년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도 보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가상자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운용업계, 'ETF 협의체' 중심으로 실무 논의 착수

이미 자산운용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ETF 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ETF를 포함한 주요 이슈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는 가상자산 현물 ETF 상품 구조를 사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운용사 또는 신탁업자가 별도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도 일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비트코인 ETF의 제도화에는 자본시장법 개정 외에도 여러 입법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실이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자본금 규정 등을 담고 있으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포섭을 위한 핵심 입법으로 평가된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은 주요 디지털자산의 지수화와 맞물려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제도권 편입과 신뢰도 제고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며 "특히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법상 '적격 자산'으로 인정될 경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해지고, 실질적인 금융자산으로의 위상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곧 보관 리스크 완화, 회계처리 간소화, 국내외 가격 차이(일명 '김치 프리미엄') 축소 등 기존 디지털자산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도 핵심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단순한 투자상품을 넘어 자산의 이동·거래·보관이 수반되는 만큼 현행 전자금융법에 가상자산의 정의나 취급 방식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투자자 보호와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금융당국 감독 아래에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한 가상자산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자산운용사 중심의 신뢰 기반 투자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물 ETF는 해외 사례에 비해 국내 도입 논의가 뒤처졌지만, 제도화가 이뤄지면 산업의 신뢰도와 접근성이 모두 개선될 것"이라며 "기초자산 인정 여부와 투자자 보호 시스템을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