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김도영 빈자리 메우는 윤도현 "친구가 '내 자리' 뺏지 말라네요"
주전 2루수로 연일 맹타…"수비 부담, 2루수에선 훨씬 덜해"
"언젠간 도영이와 함께 주전 됐으면…일단 매 경기에 집중"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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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도영이가 '내 자리 뺏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KIA 타이거즈의 '3번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아진 윤도현(22)이 이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작년부터 KIA의 3번은 김도영의 자리로 굳어졌는데, 김도영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타격감이 올라온 윤도현에게 이 자리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김도영의 말은 '농담'에 가깝다. 오히려 절친한 동기 윤도현의 활약에 대한 기쁨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윤도현도 "김도영은 이미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선수라, 친구지만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도영이 덕에 1군에 대한 긴장감도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며 미소 지었다.
윤도현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입단하자마자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데뷔 첫 시즌엔 시범경기에서 김도영과 부딪치며 중수골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고, 2년 차인 2023년엔 햄스트링 부상, 지난해에도 또 중수골 골절을 당해 오랜 시간 재활 군에 머물러야 했다.
스프링캠프 등에서 잠재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실전에서 이를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올해도 '붙박이 1군'은 쉽지 않았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수비 불안 문제로 2군에 내려갔고, 2군 경기에선 팔꿈치에 투구를 맞으며 또다시 재활군으로 향했다.
'또'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윤도현으로선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도 윤도현은 의연하게 견디려 했다. 그는 "혼자 힘들어해도 소용이 없으니, 그저 빨리 복귀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면서 "오히려 부상 당했을 때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열심히 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다시 1군에 올라온 윤도현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4일 기준 10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쳤고, 4개의 홈런포와 함께 9타점도 기록했다. 이범호 KIA 감독이 '김도영의 자리'로 여기던 3번 타순에 윤도현을 배치한 배경이다.
윤도현도 "다쳐서 아쉬운 점은 실전에 많이 못 나갔다는 것인데, 회복되자마자 불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감독님께서도 예전부터 타격만큼은 저를 인정해 주셨다. 상위 타순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것 또한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다소 불안했던 수비도 2루수 자리에선 안정을 찾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엔 3루수와 유격수 자리를 맡았는데 송구 불안 등의 문제를 보인 바 있다.
다시 1군에 돌아온 현재는 주전 2루수 김선빈이 부상으로 빠져, 윤도현이 익숙했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윤도현은 "어릴 때부터 2루수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유격수나 3루수에서 송구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도 2루수에선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범호 KIA 감독도 "2루수에선 거리가 짧다 보니 송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면서 "수비에서 심리적으로 편해지다 보니 타격도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장 김선빈이 돌아오면 다시 벤치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고 매 경기, 매 순간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윤도현은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서 "주변 상황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당장의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단기 목표는 없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있다. 바로 '동기' 김도영과 함께 주전으로 뛰는 것이다.
윤도현은 "팬들도 많이 말씀하지만, (김)도영이랑 대화할 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정말 기쁜 일이 되겠지만, 도영이는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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