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새 정부가 출범한만큼 '통합'의 마음으로 사회 결속을 다지고 '실용'을 앞세워 경제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를 통해 "한은은 소신과 원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물가안정 등 국가 경제의 미래와 국민 생활 안정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며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0.8%, 내년도 성장률은 1.6%로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앞으로 내수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무역협상의 향방에 따라 수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한은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다.


이어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과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 일환으로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미래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