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 A씨는 지방에 나대지를 보유하고 있던 중 오래 전 주차장 영업을 하려는 임차인 B씨를 만나 토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주차장 관리와 세차장 사업을 목적으로 토지 위에 가건물을 세우고 영업을 해왔다. 몇 년 후 A씨는 토지 개발을 목적으로 B씨와의 토지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원상회복을 위해 B씨가 지은 가건물의 철거를 요구한다. B씨는 가건물을 철거해야 할까?


건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했을 때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원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임차인의 건물이 그대로 있다면, 임차인은 원상회복의무로서 건물을 철거해서 토지를 반환해야 하는 것인지, 혹시 임차인 입장에서 건물의 가치를 회수할 방법이 없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다행히 민법은 건물을 소유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인의 지상물 매수청구권을 뒀다. 구체적으로 지상물 매수청구권이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해당 토지 위의 건물을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민법 제643조, 제283조).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다고 해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임차인의 재산상이 손실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입법자는 이러한 손실을 막고 약자인 임차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상물 매수청구권이란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해 뒀다.

임대차기간 만료 시에 건물 등 지상물이 현존하고 있다면 임대차계약 당시에 이미 있던 건물이거나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신축할 것을 요하지도 않고, 임대차기간 중에 지어졌더라도 건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무허가, 미등기 건물일 경우에도 건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건물이 토지의 임대차 목적에 반하여 축조되고 임대인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의 것이라거나, 임대여건을 고려할 때 지상물 매수청구가 인정될 경우 오히려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지상물 매수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12.10. 선고 2021다260671 판결).

지상물 매수청구권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지상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임차인의 매수 청구 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는 해당 지상물의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 다만, 건물의 매매가격은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지만 협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에서 감정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정하게 된다.


한편, 토지 임차인의 지상물 매수청구권은 기본적으로 토지임대차의 기간이 정상적으로 만료한 때 발생하므로, 만약 임차인이 임대료를 2회 이상 연체했다는 등의 사유로 임대차가 해지로 종료되면, 임차인은 지상물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상물 매수청구권은 편면적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포기약정을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 다만, 지상물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했더라도, 유효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임대차계약의 조건이나 계약이 체결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와 같은 포기약정이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았다고 평가되는 경우다.

판례에서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본 경우는 지상물을 포기하는 약정을 한 대신에 임대료를 시가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약정을 한 경우나, 임대차기간이 장기여서 임차인이 건물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에 충분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였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의 지상물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이러한 사정을 임대차 계약서에 남겨 둘 수 있으면 다툼이 있을 경우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