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형택 기자 = 강영은 시인의 시집 '그리운 중력'이 출간됐다.

시집 ‘그리운 중력’은 강영은 시의 핵심 모티프인 ‘끌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응축한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존재자들을 한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힘, 즉 존재의 연관과 무게는 묵직한 슬픔이 녹으면서 사랑이 꽃핀다.


극지로 향하는 열차, 빙벽 아래 싹 트는 꽃, 눈보라 속의 침묵 등은, 시인이 존재의 극점에서 마주하는 모든 존재가 서로 관계 맺고 있다는 실존적 조건을 드러낸다. 이때 ‘중력’은 물리적인 힘을 넘어, 인간의 본질과 무의식, 사랑, 회귀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근원적 힘으로 작용한다.

시인은 함박눈을 “수목한계선에 피는 꽃”이라 명명하며, 종말과 시작이 동시에 존재하는 생의 경계에 시적 자아를 위치시킨다. '언어' '비의 수상식' '무성무기양순파열음' 등은 강영은 시의 언어관을 잘 보여준다. 그는 언어를 고정된 관념을 넘어, 감각과 감정이 뒤엉킨 존재의 형상으로 부조(浮彫)함으로써 휘황한 오로라로 빛난다. 특히 '무성무기양순파열음'에서는 입술, 물, 불, 말발굽 등의 이미지가 반복되며, 언어와 육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성적 시학이 구현된다.


김영탁('문학청춘' 주필) 시인은 "이 시에서 언어는 '발아래 누운 여자'이며, 동시에 '비읍(悲泣)'으로 표현되는 고통의 음절이다. 시인은 언어 이전의 감각, 말해지지 않는 울음까지도 시의 세계로 견인하고 있다"고 말한다.

강영은 시인은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났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문학 석사)했다. 2000년 '미네르바' 등단 이후 주업은 주로 시를 쓰는 일이지만, 한국의 좋은 시 작품을 싣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시와 사진 그리고 에세이의 밭을 일구고 있다. 시집으로 '스스로 우는 꽃잎'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시론(詩論)' '너머의 새' 등과 시선집 '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에세이 '산수국 통신' 등이 있다.


201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았고 2015년 세종우수도서, 2018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콘텐츠, 2024년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됐다. 문학청춘 작품상, 시예술상 우수작품상, 한국시문학상, 한국문협 작가상, 서귀포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