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만 가지고는 축구를 할 수 없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주전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내부 경쟁자들이 나와야한다.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다음 달 국내에서 펼쳐지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K리거 20명, J리거 3명)의 축구대표팀 명단이 23일 공개됐다. 유럽파를 포함,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는 대회라 예상대로 K리거 중심에 소수 J리거로 구성됐다.


꾸준히 홍명보호에 승선하고 있는 조현우(울산)와 오세훈(마치다), 모처럼 A대표팀에 들어온 나상호(마치다 젤비아)·김문환(대전)·이동경(김천), 생애 처음으로 발탁된 이호재(포항)·서민우(강원)·김태현(전북) 등 다양한 사연의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아무래도 지금껏 가동된 대표팀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등이 빠졌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해외 무대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이 현재 대표팀의 핵심이고 그들이 1년 뒤 북중미 3개국(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성패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회는, 특히 월드컵 같은 최고의 무대는 몇몇 선수들에게 의존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기존의 멤버들을 긴장시키는 내부 경쟁자들이 쑥쑥 성장해야 팀이 강해진다. 그래서 이번 동아시안컵의 내용과 결과가 중요하다.


홍명보호는 7월 3일 소집돼 7월7일 오후 8시 중국과 대회 개막전을 갖는다. 11일 오후 8시 홍콩과 2차전을 치르며 15일 오후 7시 24분 라이벌 일본과 경기한다.

숙명의 한일전이 포함된, 동아시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자존심이 걸린 대회라 결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선수 검증'이다. 1년 뒤 본선 무대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카드가 누구인지 선별하는 게 홍명보 감독의 제1 미션이다.



동아시안컵에서 기존의 주전들을 긴장시킬 많은 '송곳'들이 나와야한다.ⓒ News1 오대일 기자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하던 지난 10일 쿠웨이트전 후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팀을 지탱해 온 선수들이 있고 그들이 주축인 것은 맞지만 아직 우리 팀 베스트 멤버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1년 뒤 우리 선수들의 상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기존의 베테랑들을 지원해줄, 강력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런 선수들이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솟구쳐야 한다.

대표팀 고위 관계자는 "1경기 제대로 치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심지어 대회라면, 그것이 월드컵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면서 "주전들만으로 경기할 수 없다. 주전만큼 강한 벤치 멤버, 주전들을 더욱 강하게 자극시키는 동료들이 있어야 팀이 강해지는 법"이라고 했다.

지켜보는 팬들의 머릿속에도 주전 선수들이 그려지고, 그런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멤버들이 계속 필드를 밟는 팀의 결말은 뻔하다. 팀을 이끌어가는 핵심 자원들은 꼭 있어야 하지만, '당연한 주전'들로만 채워진 팀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계자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유럽파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싶다"면서 "동아시안컵 멤버 중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율은 선수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팀을 위해서라도 그런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선수들 스스로,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열어 놓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는 안간힘이 필요하다. '설마 내가 월드컵에 가겠어'라는 생각이라면 의미 없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가 손흥민이든 이강인이든 황인범이든, 그 자리를 뺏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잠재력을 지닌 '송곳'들이 동아시안컵을 뚫고 세상에 드러나야 1년 뒤 월드컵 대표팀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