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열차', '병맛' 한 스푼…지하철 도시괴담 미스터리 [시네마 프리뷰]
오는 7월 9일 개봉 영화 '괴기열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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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높은 조회수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공포 유튜버 다경(주현영 분). 다경은 전국 최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 미스터리한 광림 역에 얽힌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해 역장(전배수 분)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굴던 역장은 다경이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내놓자, 광림 역에 얽힌 괴담들을 조곤조곤 풀어내기 시작한다.
한밤중 쿵쿵거리며 지하철 벽에 자기 머리를 박는 여성의 이야기, 염산을 들고 쫓아오는 붕대 감은 여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캔이 나오는 자판기, 지하철 손잡이에서 끈적이는 액체를 만진 이후 피부에서 식물이 나는 기괴한 병에 걸려 끝내 꽃이 돼버리는 여자 등. 영화는 도시 괴담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배열한다.

개별 괴담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분노,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 등 우리 사회의 개인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음 직한 감정들은 미스터리한 영화 속 사건들을 통해 기괴하고 신경질적으로 표출된다. 다소 피상적인 접근이기는 하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한 '환상특급'이나 '블랙미러 식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다만 주인공 다경을 필두로 한 영화의 중심 서사가 빈약한 점은 아쉽다. 영화 속 다경은 함께 유튜브 콘텐츠 회사에 소속된 제작 PD 우진(최보민 분)를 짝사랑한다. 짝사랑 남에 대한 애정이 커질수록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기 위한 다경의 욕망은 커져만 가고, 이는 결국 광림 역에서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파국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역장이 얽혀 있는 마지막 이야기를 사이비 종교라는 키워드만 제시한 채 별다른 설명없이 겁만 잔뜩 주고 급하게 마무리 지어지는데, 허무한 끝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괴기열차'에는 묘한 '병맛'이 존재한다. 영화 초반 어딘지 모르게 현실을 벗어나 있는 듯한 뜬금없는 톤의 대사들이 그렇다. 다경과 역장이 나누는 문어체의 어색한 대화들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의외의 코믹한 지점이라 할 수 있는 'B급 호러'를 표방한다면 굳이 티라고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연 배우로 나선 주현영은 이번 영화가 첫 번째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SNL 코리아'에서 주 기자를 비롯한 MZ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들로 사랑받았던 그는 이번에는 다소 어둡고 침체한 인물을 연기했다. 'SNL 코리아'에서 보여줬던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속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재29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러닝 타임 95분. 오는 7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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