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동아시안컵 한일전을 준비 중인 양 팀 선수들(EAFF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7월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유럽파들이 출전할 수 없고 4개국만 출전하는 소규모 대회다. 한일전 외에는 주목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선수들에겐 또다른 의미가 있다. 유럽파들이 뛸 수 없기에,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3년 전 이 대회에선 엔트리 중 11명이 그 기세를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까지 밟았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유럽파 없이 꾸려진 건 마찬가진데, 이는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홍명보호에 승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과 26일 동아시안컵에 나설 26인의 엔트리를 공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유럽파 없이, K리거 23명과 J리거 3명으로 꾸려졌다.


현 대표팀 내에서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가 갖는 영향력이 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파만으로 모든 엔트리를 채울 수도 없고 유럽파가 능사가 아닌 포지션도 많다.


그래서 유럽파 없이 K리거나 J리거 위주로 치르는 A대표팀의 거의 유일한 대회인 동아시안컵이, 이들에게는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국내파 나상호. 2022.1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카타르 월드컵의 확실한 교두보가 됐던 가장 최근 동아시안컵이 좋은 사례다.


지난 동아시안컵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 5개월 전인 2022년 7월 일본에서 열렸다.

당시에도 한국은 유럽파 없이 26인의 대표팀을 꾸렸는데 이 중 11명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조현우(울산)와 황인범(당시 서울) 등 동아시안컵과 무관하게 이미 대표팀 내 입지가 탄탄했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나상호(당시 서울), 백승호(당시 전북), 송민규(당시 전북), 조유민(당시 대전) 등 카타르행을 장담할 수 없었던 선수들이 동아시안컵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나상호는 이 대회서 폭발적 공격력뿐 아니라 전술 이해도와 수비 가담 능력이 만개해 최대 수확으로 불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를 9월 평가전에서 한 번 더 실험한 뒤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1차전에서 선발 출격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백승호와 조유민의 활용 가치도 확실하게 검증했고 월드컵에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축구 대표팀의 전진우(오른쪽) 2025.6.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도 동아시안컵을 통해 북중미행 티켓을 노려볼 만한 선수들이 많다.

6월 월드컵 3차 예선 9·10차전을 치르며 A대표팀 데뷔전서 도움까지 기록한 전진우(전북)를 포함해, K리그에서 도드라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미드필더 서민우(강원)와 박진섭(전북) 등도 대표팀 2선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자원으로 꼽힌다.

지난 동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2023년 6월 이후 A매치가 없었던 나상호,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소집된 김문환(대전)은 동아시안컵이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밖에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공격수 이호재(포항), 측면 수비 김태현(전북), 수비수 서명관(울산) 등도 언제든 A대표팀에 발탁될만큼의 자질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누군가는 동아시아 4개국이 유럽파도 없이 치르는 대회라며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회를 발판 삼아 새롭게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는 선수는 언제나 있었다.

1년 뒤 북중미 월드컵 엔트리가 발표될 때,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활약한 선수 중 누군가는 웃고, 어느 누군가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호재(오른쪽). 2025.2.1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