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IPO] '매출 10배' 서진시스템과 동급? 한라캐스트 공모가 불안
[IPO기업 SWOT 분석] 알루미늄 주조 메인인데 카메라 모듈·변속기 기업과 비교해 PER↑
안효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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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IPO]는 IPO(기업공개)를 앞둔 기업의 SWOT분석을 통해 향후 투자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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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업체 한라캐스트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공모가 고평가 우려가 나온다. 사업 연관성이 부족한 비교기업이 주가수익비율(PER)을 높이면서 '덩치 10배' 서진시스템 PER과 사실상 같은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2일 한라캐스트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신주 75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5100~5800원으로 공모금 383억~435억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이달 17~23일 기관 수요예측으로 공모가를 결정하고 오는 25~28일 청약한다. 대표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강점(Strength)
한라캐스트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으로 자동차 부품을 가공하는 기업이다. 주력인 다이캐스팅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고압 주조 방식이다. 철강 대비 무게가 가벼운 데다 복잡한 형상을 구현할 수 있어 전장용 커넥티드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및 로봇 부품 생산에 쓰인다.글로벌 완성차, 전장 모듈 및 가전 대기업을 포함해 편중되지 않은 매출은 한라캐스트의 강점이다. 한라캐스트는 이미 1조원이 넘는 수주 잔량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LG전자 전장사업부와 현대모비스로부터 수주 물량을 확대 중이다.
마그네슘 다이캐스팅 역량도 강점으로 꼽힌다. 주조 시장에서 알루미늄은 진입장벽이 낮아 다수 기업이 경쟁하지만 강도가 강한 마그네슘은 까다로운 기술력과 안전 관리 노하우 등을 요구하는 특수 시장으로 꼽힌다. 신규 진입을 위해 많은 알루미늄 대비 8배 이상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종두 대표가 지닌 42.74% 지분은 상장 후에도 33.74% 수준을 유지한다. 배우자를 비롯해 최대주주 지분으로 묶는 물량은 39.69%로 이사회에서 안정적인 의결권 방어가 가능하다. 회사 매출은 2022년 1010억원에서 지난해 1444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익도 57억원에서 122억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순이익이 35억원 적자에서 10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약점(Weak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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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약점은 공모 구조다. 상장 초반 유통물량이 첫날 37.76%, 한 달 뒤 50.27%인데 이 중 지분 매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재무적 투자자(FI) 물량이 많다. 상장 첫날만 17.23%로 공모 주주(20.53%)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 달 뒤에는 10% 이상 더 풀리면서 공모 주주를 넘는다.
재무적으로는 부채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48.2%로 업종 평균 97.69%를 웃돈다. 기존 다이캐스팅 대체 소재로 등장하는 플라스틱 신소재 활용 공법이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플라스틱 소재는 기존 다이캐스팅 소재 중 가장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
강점인 미래차 사업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전기차는 중국 BYD 등 저렴한 보급형 위주로 시장이 커지면서 판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현재 매출처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갖진 않았다는 의미다.
기회(Opportunity)
세계 친환경차 시장은 지난해 8250만대에서 올해 88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라캐스트 주력 사업인 미래차 부품이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자율주행도 최근 테슬라 로보택시가 시장에서 긍정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 전반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다. 한라캐스트는 최근 한 글로벌 AI 자동차 기업과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약 1300억 원 규모로 전장·로봇 제품을 신규 수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 중 양산·납품이 목표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자율주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0%에서 2035년 30%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라캐스트는 시장 성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특히 자율주행과 관련해 다이캐스팅 부품 생산에서 제어가 가장 어려운 기공 및 기포 제어 기술을 보유했다.
관련 부품 정밀치수 구현이나 방수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량 양산 시스템이 필수로 꼽힌다. 한라캐스트는 해당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 고객사인 삼성전기를 통해 글로벌 AI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위협(Th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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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인은 비교기업 적정성 우려다. 한라캐스트는 사업과 재무가 유사한 비교 기업으로 ▲알루코 ▲조일알미늄 ▲서진시스템 ▲파워로직스 ▲삼현을 꼽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25.61배로 매출 1조원대 경쟁사 서진시스템(24.33배)과 가장 비슷하다. 사업 규모가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경쟁사와 주식 상대 가치가 사실상 동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낮은 알루미늄 기업 PER(알루코 11.31·조일알미늄 11.61배)을 파워로직스(38.06배)와 삼현(42.73배)이 끌어올린 영향이다. 파워로직스와 삼현을 제외하면 한라캐스트 PER은 15.75배로 내리고 주당 평가액은 6948원에서 4273원으로 하락한다. 올해 3월 전환사채(CB) 전환가액 4682원과 유사한 가격이다.
주관사인 대신증권은 마그네슘 다이캐스팅을 하는 적절한 유사기업이 없어 자동차 부품 경량화를 기준에 넣었다고 기재했다. 한라캐스트는 주력인 디스플레이·자율주행·배터리 부품을 100% 가까이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기타 부문에서만 마그네슘 비중이 알루미늄을 웃돈다.
부품에서도 기능을 설계하는 파워로직스·삼현과 가공이 주력인 한라캐스트는 차이가 크다. 한라캐스트의 '캐스트(주조하다)'부터 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부어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파워로직스는 카메라 모듈, 삼현은 엔진·변속기 기술 기업이다.
한라캐스트 전기장비 경쟁사로 기재한 비교기업도 서진시스템 뿐이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추진하는 투명기 교정기 기업 그래피는 한라캐스트와 달리 보철·임플란트 뿐 아니라 일반 교정기 기업도 비교기업에서 제외했다.
한라캐스트 관계자는 서진시스템과의 비교에 대해 "전방 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주력 세부 분야와 고객사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답했다. 주관사인 대신증권 관계자는 비교기업 선정과 관련해 "타사 사례도 다수 참고했다"며 "선정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아니라 주력인 기업으로 정했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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