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버티기' 한계… "산단 구조조정, 정부가 움직여라"
제1회 국회미래산업포럼…규제 완화·금융 지원 패키지 시급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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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산업단지(산단) 단위의 재편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제1회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과거처럼 '버티기'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며 "산단별 맞춤형 구조조정과 정부의 규제·재정·에너지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파트너는 이날 발표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범용 제품 위주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대중국 수출에 집중된 범용 제품은 낮은 마진과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가동률은 2021년 이후 90%대에서 70% 이하로 하락하며 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김 대표파트너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단순한 경기회복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과 산단 단위의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산단 재편의 방향으로는 울산, 대산, 여수 등 3대 석유화학 산단별로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했다. 울산은 PDH(프로판탈수소공정) 설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SHINE 프로젝트)와의 중복 공급 우려가 있는 만큼 업체 간 설비 공동운영과 원료 공동구매, 유틸리티 최적화를 통해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산 산단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정유사-화학사 간의 연계가 좋아 공동 투자를 통해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수 산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납사크래커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유사와의 협업이 쉽지 않고 외국계 투자 비중이 높아 의사결정이 복잡하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공동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최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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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대표파트너는 산단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과 지역경제, 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파급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단 재편의 걸림돌은 규제, 자금, 에너지 등 복합적인 요인"이라며 "정부가 이를 패키지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핵심은 공동행위 인가나 기업결합 심사 같은 경쟁제한 규제의 유연한 적용이다. 기업들이 협업해 설비 통합이나 공동 원료조달을 추진하려 해도 현재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 대화조차 막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한시적으로라도 이런 공동행위를 허용해 기업 간 논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비 합리화·신규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도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설비를 폐쇄하고 고부가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으로 투자 공백과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가상각 조기 인정, 재투자 세액공제, 저리 정책자금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세제·재정 지원 패키지를 제시했다. 김 대표파트너는 "정부가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인력 재배치나 설비 매각 등에서 금융·세제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해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파트너는 "이번 산단 재편이 1차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향후 글로벌 수요·기술 변화에 따라 2차, 3차 재편을 반복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규제·세제·금융·에너지 분야를 통합 지원하는 전담 체계를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화학 산업은 국내 제조업의 약 10~15%를 차지하고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와 금융시장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산단 재편과 정부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경제·금융시장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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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