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 또 표결 가나… '공'은 공익위원에게
노사 4차 수정안 격차 1150원… 여전히 간극 커
공익위원들, 9차 전원회의서 인상률 결론 의지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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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익위원들 주도로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 합의'라는 대원칙보다는 정부가 인선한 공익위원들의 권한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관행이 반복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최저임금 8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3, 4차 수정안을 잇따라 제시했다. 노동계는 3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13.3% 인상된 1만1360원을, 4차 수정안으로 올해보다 12.3% 인상된 1만1260원을 각각 제출했다.
앞서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4.7% 인상된 1만1500원을 제시했다가 1차 수정안에서는 재차 1만1500원을 요구했고 2차 수정안에서 40원 내린 1만1460원(인상률 14.3%)을 내놓은 바 있다.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1만30원(동결)을 요구했다가 1차 수정안에서 1만60원(0.3%)을 제시했다. 이후 2차 수정안에서 0.4% 인상된 1만70원을 내놨고 8차 전원회의서 3차 수정안으로 0.6%인상된 1만90원을, 다시 4차 수정안으로 1만110원을 내놨다.
노사의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는 최초 1470원 → 1390원 → 1270원 → 115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000원 이상으로 간극이 큰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과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불황 장기화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임금이 이미 많이 오른 데다 임금지불 주체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이 한계 상황에 이르러 더 이상의 인상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8차 전원회의는 전날 밤 9시쯤 종료됐다. 최임위는 오는 3일 열리는 9차 전원회의에서 심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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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9차 전원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 전에는 심의를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당초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지난 6월29일까지였으나 이미 기간을 넘긴 상황이다.
노사를 중재하는 공익위원들도 3일 회의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심의 기한이 이미 지나 이제 2026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국민경제 차원에서 최적의 수준이 무엇인지 고려해 논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3일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논의는 노사가 각각 최초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노동계와 경영계에 해당 구간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견이 지속되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에서 중재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4차 수정안에서 전년보다 9.9% 인상된 1만840원을, 경영계는 전년도바 0.8% 인상된 9940원을 최종 요구했으나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공익위원들이 '1만원~1만290원'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했다.
이후 근로자위원들은 1만120원을, 사용자위원은 1만30원을 각각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이를 표결에 부쳤다.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한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퇴장하면서 표결에는 이들을 제외한 23명만 참여했다. 그 결과 근로자위원안(1만120원) 9표, 사용자위원안(1만30원) 14표로 '1만30원'으로 최종 의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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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표결로 결정될 경우 공익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후 노사간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38여년 동안 7번에 불과하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노사 모두 이 같은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방법에는 견해차가 크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안으로 결정체계 개편이 이뤄져야한다고 보는 반면 경영계는 임금지불 주체들의 경영상황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결정체계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9년 한차례 개선 방안을 내놨으나 노사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이후 5년 여 만에 다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선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현직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해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연구회 좌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는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되기보다는 노사 간 대규모 임금교섭의 양상을 띠며 갈등이 반복돼 온 점이 문제"라며 "이제는 노사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고 숙의와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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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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