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세계 최초로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공식 인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1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국기를 든 탈레반 대원들이 카불 함락 3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에 참가한 모습.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탈레반이 임명한 마울라니 굴 하산 아프간 대사와 관련한 성명에서 "아프간 정부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 간 생산적인 양자 협력 증진에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파견한 굴 하산 주러시아 대사가 러시아 정부의 승인하에 모스크바에서 공식 임무를 시작했다고 밝힌바 있다.

탈레반은 2021년 미군 철수로 인한 공백을 틈타 아프간을 장악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아프간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전까지 탈레반을 국가 주체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양측 유대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처를 했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 4월 탈레반의 테러 단체 지정을 해제했다.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타국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법 정부) 공식 인정 절차를 시작함으로써 러시아는 모든 이보다 앞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타국과 고위급 소통을 계속했으며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일부 외교적 관계를 수립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탈레반 정부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과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주요 경제 포럼에 아프간 대표단을 초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탈레반 최고 외교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