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4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한화 선발 엄상백이 강판되고 있다. 2025.5.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 엄상백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석달째 승리가 없다. 잘 나가는 한화도 엄상백의 쓰임새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


엄상백은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⅔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부터 흔들리면서 NC에 2점을 내준 엄상백은 팀 타선이 곧장 2점을 만회해 힘을 실어줬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엄상백은 4회 김휘집의 안타에 이은 서호철의 희생번트, 그리고 김형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면서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타자 한석현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김주원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3점째를 내줬다. 투구 수는 이미 73개에 달했고, 한화 벤치는 NC 타선을 압도하지 못한 엄상백을 내리고 조동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선발 투수 조기강판 악재 속에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한 한화는 연장 접전을 펼쳤지만 7-7 무승부를 거뒀다. 필승조를 총동원했지만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엄상백의 장기 부진은 한화의 '아킬레스건'이다. 비시즌 한화가 총액 78억 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데려왔지만 아직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성적이 이를 방증한다. 14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단 1승(6패)만 거두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지난 4월 18일 NC전(5이닝 4실점)에서 거둔 것이다. 석 달째 선발승이 없다.

이닝 이터로서 역할도 기대를 밑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2차례뿐이다. 지난달 6일 KIA 타이거즈전(6이닝 2실점) 이후 6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없다. 현재로선 5이닝도 버거워 보인다.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 대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한화 선발 엄상백이 투구하고 있다. 2025.6.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엄상백은 이미 부진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왔다. 지난 5월 16일 1군에서 말소됐고, 퓨처스(2군)리그에서 2경기를 뛴 후 5월 31일 1군에 돌아왔다.

퓨처스리그에서 뛴 두 경기 모두 실점했지만, 거액의 FA 선수를 마냥 2군에 둘 수 없었던 한화는 16일 만에 엄상백을 1군에 불러올렸다. 그러나 콜업 후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은 5.72를 기록했다. 무실점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올 시즌 한화가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선발진의 호투가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엄상백의 존재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대체 선발로 나선 영건 황준서와 조동욱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한화는 엄상백을 써야 한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FA를 활용하지 않는 건 곧 구단의 투자 실패를 인정하는꼴이기에, 어떻게든 살려서 기용해야 한다.

일시적이라도 활용법을 바꾸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롱릴리프로 보직을 바꿔 기용한 뒤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선발로 투입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처럼 선발로 5이닝을 버티지 못해 나올 때마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다면, 무더위 속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여야 하는 한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결단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