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가뭄이었던 상반기 이후 첫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대한조선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사진은 대한조선 해남조선소/사진=대한조선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대한조선이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형 경쟁사와 비교한 주식 상대 가치 설득이 과제로 제기된다.


13일 대한조선 증권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희망 공모가 4만2000~5만원으로 공모금 4200억~5000억원을 모을 계획이다. 공모가를 정하는 기관 수요예측을 이달 11~17일 진행하고 이후 22~23일 청약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다.

강점(Strength)

대한조선은 중대형 상선을 만드는 조선업체다. 한때 조선업 장기 불황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인 워크아웃 상태에 빠졌다가 KHI로 주인을 바꾼 뒤 성장세다. 매출은 2022년 6937억원에서 지난해 1조75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5%에서 14.7%로 개선됐다.

이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키워온 효과다.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대한조선은 이중연료(DF) 추진 기술과 탄소 포집 설비(OCCS)까지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설계 기술을 다수 확보했다. 연료는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을 활용한다.


공모 구조도 탄탄하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이 22.02%에 불과하고 6개월 뒤에 48.68%가 거래된다. 기존 주주 엑시트와 오버행 우려가 적은 편이다. 상장 후에도 대주주 KHI가 지분율 46.13%를 유지한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수익성과 관련해 "고효율 생산체계, 고연비·친환경 기술력, 관리혁신 등이 강점"이라며 "선박 건조 블록에서 모든 생산공정을 내재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조선소의 저가 전략을 극복하기 위해 고효율 연비와 고품질 선박을 설계·건조해온 만큼 20년 이상 선박을 쓰는 선주에게 연비 효율성은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원가 미세관리로 통제 가능한 원가인 사내 외주 비용과 경비 체질 개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며 "외주비를 포함한 노무비 원가비중을 4%p이상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 집중 관리로 경비 비중을 약 3%p이상 감축했다"고 했다.

약점(Weakness)

금융 위험에 취약한 구조는 약점이다. 대주주 KHI는2022년 자본잠식 이후 지난해는 부채비율 1075.1%를 기록했다. 지배기업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부채는 대한조선 경영 안정성에도 영향 줄 수 있다. 이번 공모에서 공모주 20%를 차지하는 구주도 KHI가 매각하는 지분이다.


KHI가 부채 대응을 위해 대한조선 지분을 추가 매각하면 2대 주주 삼성증권 지분 24.89%에도 파급효과가 미친다. 지난해 10월 삼성증권은 KHI로부터 교환사채 1250억원을 인수하고 이를 대한조선 주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계약에는 동반매각참여권이 있었다. KHI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삼성증권이 보유 주식을 동일 조건으로 우선 매각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대한조선이 속한 조선업도 헤비테일 결제(선박 인도 시점 대금 회수) 확산으로 현금 흐름이 경직적이다. 대한조선 공모금 일부는 수금 구조 대응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한조선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도 건실한 유동성 기반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높은 성장세와 영업이익도 반짝 성장에 그칠 수 있다. 대한조선 수주 잔고는 2조2010억원으로 2027년 상반기까지 물량이다. 지난해 1조원대 매출을 감안하면 앞으로 연간 실적이 후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매출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 시가총액이 타 조선사에 비해 낮은 대한조선 가치가 한층 절하될 수 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2022년 KHI에서 투자를 받을 때 산업은행을 통해 2200억원 제작금융 등 여신 지원을 받았다"며 "기존 채무에서도 1600억원 수준 차입금 상환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주와 관련해서는 "상반기에는 미국 관세와 무역 협상, 중동위기 등 여파로 주력선종인 탱커선 발주가 관망세로 전환됐다"며 "수익성 높은 컨테이너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고 여러 신조 건에 대해 협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향서도 체결돼 조만간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회(Opportunity)

사진은 대한조선 상선 이미지./사진=대한조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는 기회 요인이다. IMO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현존선박 에너지효율지수(EEXI), 탄소집약도 지수(CII) 등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27년부터는 온실가스 연료 집약도(GFI) 기준에 따라 보상과 페널티를 부과하는 탄소 부과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선주들이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할 유인이 커진다. 대한조선처럼 고부가 가치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조선사에는 수요 증가로 인한 수익성 제고와 신규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강화되는 IMO 환경규제 등에 맞춰 친환경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4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고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협(Threat)

위험 요인은 비교기업 적정성 우려다. 대한조선은 규모와 사업 유사성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조선업 비중 50% 이상 상선 기업'이 대상이다.

대한조선이 스스로 추정한 시총은 적정 2조6901억원, 공모가 상단 1조9263억원이다. 규모 기준으로 시총 절반을 밑도는 기업을 제외한 것이다. 대신 선정한 기업 시총은 대한조선 3~15배다. ▲HD현대미포 7조4971억원 ▲삼성중공업 15조7256억원 ▲한화오션 28조1900억원 ▲HD현대중공업 38조7494억원 등이다.

고정자산 비율이 비교적 높은 조선업 특성상 시총이 클수록 주식 상대가치가 오른다. 대한조선 비교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시총과 비례한다. ▲HD현대미포 3.57배 ▲삼성중공업 3.60배 ▲한화오션 4.80배 ▲HD현대중공업 6.35배 등이다. 대한조선은 이들 기업 평균인 PBR 4.58배를 적용해 공모가를 구했다. HD현대미포와 삼성중공업보다 주식 상대가치가 높다는 판단이다.

비교기업에서는 HD현대미포가 규모와 사업에서 대한조선에 가장 가깝다. 대한조선은 조선업 매출이 99%이고 HD현대미포는 100%다. HD현대미포 PBR 3.57을 대한조선에 적용하면 대한조선 주당 평가액은 6만9825원에서 5만6350원으로 19.2% 감소한다.

대한조선이 공모가를 정할 때보다 조선주 주가가 하락세라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이날 기준 대한조선 비교기업 시총은 HD현대미포 7조817억원~HD현대중공업 34조5771억원 등으로 모두 내렸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당사는 중대형 탱커선을 건조하는데 반해 HD현대미포는 MR 탱커가 주력"며 "선가 상승기에 MR 탱커보다 중대형급 선종 선가 상승률이 높아 현재 영업 이익률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기자본 이익률 측면에서 자본 규모가 작고 이익률이 높은 당사 PBR 배수가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비교기업 주가 하락에는 "공모가 적용 할인율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 이내"라며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비교기업 PER이 40배 전후이고 당사는 1분기 실적 기준 9.1배라 상대적으로 가치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