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경이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진행하며 "우리 코칭스태프가 정한 선수 선발 최우선 조건은 '현재 경기력'이다. 대표팀은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 뛰는 무대나 선수의 이름값 보다는 '지금의 폼'이 선발의 기준이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후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이 나왔다. 그는 예선 일정을 마무리하던 6월10일 쿠웨이트전 후 "앞으로 1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이 열리는 내년 6월, 어떤 선수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다. 결국 가장 폼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야한다"면서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은 왜 이전의 활약이나 명성보다 '현재 경기력'이 중요한지 잘 보여준 경기였다.


홍명보호는 중국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전반 8분 이동경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한 이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를 지배하며 3-0 승리를 거뒀다. 내용도 스코어도 완승이었다.


박진섭이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막아고 있다.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중국 축구의 기본적인 수준이 그리 높지 않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뒤 미래를 내다보며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새롭게 팀을 꾸린 터라 경쟁력이 더 떨어졌으니 호들갑스럽게 치장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도 '급조'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유럽파 1명 없이 K리거 중심으로 나서는 대회다. 중국전 선발 중 골키퍼 조현우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주전급이라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그나마 최근 기회를 받고 있는 젊은 수비수 이태석과 김주성 정도가 눈에 띌 뿐, 대부분 새 얼굴이거나 오랜만에 A매치에 나선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자주 손발을 맞췄던 것처럼 매끄러웠다.

3차 예선을 치르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스리백을 내내 가동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치른 쿠웨이트와의 예선 최종전 경기 막판에 변형 스리백을 운영한 적은 있으나 시작부터 온전히 3명의 센터백을 후방에 배치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요컨대 새 얼굴과 새 전술을 2~3일 연습하고 진행한 실전이었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기력이 나왔다. 당연히 완벽하진 않았으나 홍 감독 스스로 "준비한 것보다 훨씬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난 섞인 평가를 전했을 정도니 꽤 만족스러웠다는 방증이다.

'조직력'을 논하기에는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개개인의 능력이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빠르고 잘 흡수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이동경의 원더골은 개인 능력이었으니 차치하더라도 이태석의 측면 크로스를 포스트에서 주민규가 헤더로 마무리한 두 번째 골과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쐐기골 모두 약속된 움직임 속에서 나온 득점이라 더 고무적이었다.


김주성이 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슛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은 3번째 골은 의미 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주성이 득점자가 됐으나 그에 앞서 이동경의 킥을 박승욱이 머리로 돌려놓던 슈팅까지 과정이 돋보였다. 우리 선수들 모두 박스 외곽에 있다가 정해진 동선 대로 움직이며 수비수들을 분산시켰고, 이때 센터백 박승욱이 가까운 포스트로 잘라 들어가며 헤더 슈팅을 시도한 장면이었다.

약속된 패턴으로 좋은 찬스까지 이어진 장면은 더 있었다.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을 뿐이다. 중국의 공격력이 날카롭진 않았으나 어쨌든 특별히 위험한 장면 없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플랫3도 합격점을 줄 수 있던 경기다.

요컨대 '현재 폼 좋은 선수들'이 보여준 호흡은 무리가 없었고 K리거들도 충분히 경쟁력 있음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승리도 승리지만 '잘하면 누구든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고, 잘하는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이라는 기류가 잘 흐르고 있다는 것이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