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실적이 둔화됐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사진=김종택


국내 전자업계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주저 앉았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물류비 부담 증가,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어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양사의 수익성 개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5.94% 급감한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전분기 대비로도 31.24% 뒷걸음질친 실적이다.

시장의 전망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6조183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1조6000억원 가량 더 낮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 부진이 전체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줄었다"며 "비메모리사업은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과 관련 재고충당이 발생한 데다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 그래프=김은옥 기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역시 지난 4월 본격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관세(보편관세) 10% 부과 조치와 TV 등 주요 가전의 경쟁 심화로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1분기 실적을 뒷받침했던 모바일경험(MX)부문도 갤럭시S25 시리즈의 출시 효과가 사라지며 힘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6.6% 줄어든 6391억원에 그쳤다. 이는 컨센서스(8470억원)보다도 2000억원 이상 낮은 실적이다.

주요 시장의 소비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2분기 들어 본격화된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관세 비용 부담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이어지는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지속돼 부침을 겪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TV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수요 위축, LCD 가격 상승,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꺽이며 전사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대미 보편관세 및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와 물류비 등 비용 증가분도 수익성 둔화의 요인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반기부터는 점진적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그래프=김은옥 기자


무엇보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하반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로 적용되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관세도 언급했는데 향후 국내 업계 실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기업들이 하반기 가중되는 상호관세와 보복·추가관세를 우려 중"이라며 "2분기보다 하반기 관세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경쟁 심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기술 수준이 높아진 중국 브랜드들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 저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실적 둔화의 원인이었던 반도체 부문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고대역폭메모리(HBM) 퀄테스트 통과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선된 HBM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