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위 50℃, 조선·철강 '폭염작전' 돌입…혹서기 사고 예방 총력
고온 리스크 대응 총력…작업자 안전 확보 위한 휴식·장비·제도 강화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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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 폭염이 본격화되면서 조선·철강업계가 혹서기 대응 전략을 전면 가동했다. 주요 기업들은 냉각 장비 보급, 휴게시간 확대, 하계휴가 운영 등 전방위 대책을 통해 근로자 안전 확보와 생산 차질 방지에 나서고 있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97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8명)보다 2배로 늘었다. 장마가 일찍 끝난 탓에 폭염 시작 시점이 앞당겨졌고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겹치면서 산업현장의 열기지수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금속 재료를 다루는 조선·철강 생산 현장은 작업장 표면 온도가 80도에 달하고 체감온도는 50도를 넘나든다.
조선업계는 일찌감치 혹서기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고온 철판 위에서 수 시간 작업이 이뤄지는 조선소는 구조적으로 열에 취약한 만큼 각 사마다 휴게시설 보강과 건강관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이달부터 9월까지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시 오전 10시와 오후 3시 각각 부여되는 휴식시간(10분)을 기존 대비 두 배(20분)로 늘렸다. 혹서기간(7월10일~8월31일) 점심시간은 30분 연장키로 했다. 또한 최근 울산조선소에 에어컨이 설치된 고정식 휴게소를 추가 확보하고 근로자들에게 냉각 기능이 탑재된 에어재킷을 지급했다. 이동식 쿨링 시스템도 시범 도입해 용접 등 고열 작업을 수행하는 구간에 배치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고온 환경 대응을 위해 점심시간을 기존보다 30분 연장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휴식시간을 2배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작업자에게 보양식과 생과일 화채, 얼음생수, 빙과류를 상시 제공하며 혹서기 대응 물품도 별도로 지급한다. 선상용 휴게실 운영과 현장 보건관리도 강화해 여름철 근로 환경을 다각도로 개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여름철 폭염에 대응해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수립했다. 안벽과 도크 등 주요 작업장에 정수기 290여 대, 제빙기 100여 대를 비치해 상시 수분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온 분말은 기존 4만 개에서 6만 개로 확대 지급할 계획이다. 체감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습도계를 통해 중식시간을 최대 1시간까지 연장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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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는 혹서기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해 하계휴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은 오는 8월 4일부터 14일까지, HD현대삼호중공업은 7월 28일부터 8월 8일까지 하계휴가를 실시한다. 삼성중공업은 8월 4일부터 8일까지, 한화오션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휴가 일정을 운영하며 작업자들이 극심한 폭염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역시 혹서기 비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철소는 용광로와 고온 압연공정 등 극한 환경이 많아 작업자의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고위험 작업 제한 및 냉방 장비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밀폐공간 전수 점검, 고위험 작업 사전 제한, 체감온도별 휴식시간 설정 등 예방 중심의 대응책을 가동 중이다. 모든 직원에게 하루 두 차례 폭염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체감온도, 단계별 대응 지침, 지원물품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작업책임자가 출근 직후 작업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밀착 관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일일건강확인제도도 운영한다. 또한 '관심-주의-경고'의 3단계 체감온도 기준을 설정해, 해당 단계에 따라 작업시간과 휴게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 직원 대상 혹서기 5대 안전수칙과 온열질환 예방법·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고 지붕 및 밀폐공간 등 고위험 작업을 제한한다. 또 체온·혈압·음주 측정 등을 포함한 일일건강확인제도와 밀폐공간 전수 점검(6~8월)을 통해 작업자 건강을 사전 관리하고 있다. 냉장고, 모니터, 혈압계, AED 등 장비를 갖춘 이동형 '안전쉼터버스'를 운영하며 의료진이 현장을 찾아가는 보건서비스와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혹서기 근로자 보호를 위해 작업장 내 간이 그늘막 등 휴게공간을 운영하고 탈수 예방을 위해 얼음 생수·특식·식용 포도당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적정 체온 유지를 위해 냉방용품과 보냉장구를 지급하며 전반적인 안전보건 관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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