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석 대신증권 기업공개(IPO) 전무가 10일 미니S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친화적 IPO 주관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은 나 전무./사진=대신증권


"대신증권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업종에서 기업을 발굴해 적절한 타이밍과 가치로 소개합니다. 기업에는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죠."


공모주 가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기관 의무보유 확약 강화가 이달 시행된 가운데 나유석 대신증권 기업공개(IPO) 담당 전무는 10일 미니S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친화적 IPO 주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관 의무보유 확약 강화는 기관 투자자 몫 공모주를 일정 기간 의무 보유를 약속한 기관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다. 약속 기관을 모으지 못한 주관사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고평가와 단타 매매로 반짝 상승 뒤 급락하는 공모주 고질병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시장 친화적 공모주로 주목받았다. 지난 3월 상장한 한텍을 비롯해 이달 상장 싸이닉솔루션까지 전 종목이 공모가를 웃돈다.

이에 나 전무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미래 산업 등에 주목했다"며 "하반기에도 우주 기업 한컴인스페이스와 지드래곤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신증권이 상장시킨 종목은 재생에너지, 로봇, 미용 의료기기 등을 비롯해 자율 주행차까지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한다.


나 전무는 "합리적 가치 평가를 기업들과 협의하는 능력도 주관사 실력"이라며 확약 강화로 인해 주관사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의무 보유 확약 강화로 공모가에 대한 주관사 접근이 한층 조심스러워질 것으로 보이는데 중·소형주보다는 시장 투심에 더 민감한 대형주가 더 영향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모주 고평가, '사모펀드 허들' 주의해야

나 전무는 공모 기업과 투자자 심리에 이번 제도 도입이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소형주는 좋은 가격을 받는 것보다 적시 상장이 중요하고 대형주도 내년까지 시장 호조가 전망돼 적극적인 공모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혹평받았던 LG CNS 주가가 최근 공모가를 큰 폭 웃돈데다 무신사 등도 상장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40여명으로 크게 늘린 IPO 조직 규모를 줄이지 않고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나 전무는 대신증권이 중·소형주를 다수 상장시킨 강점을 살리면서 대형 딜을 추가 유치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를 많이 상장시켜 올해 상장 건수로 2위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한화에너지와 소노인터내셔널 등 대형주 딜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제도 도입 배경 중 하나인 공모주 고평가에는 프리 IPO 허들 밸류를 지적했다. 그는 "딜을 하다 보면 기존 투자자들이 이미 대규모로 고밸류 투자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며 "상장하면서 정한 밸류가 과거 밸류를 밑돌면 상장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벤처 캐피탈(VC)보다는 사모펀드(PE)가 들어와 있으면 그런 일이 특히 잦다"며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밸류에이션으로 나와 상장을 철회하거나 어떻게든 상장하더라도 이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는 DN솔루션즈 등이 높은 허들 밸류를 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공모주에 대한 최근 당국 기조에는 "크래프톤 때처럼 밸류 자체를 낮추려 하기보다는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공모주 호황이었던 2021년 상장한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으로 당국애 눈총을 받았다. 이에 비교기업에서 해외기업을 제외하고 희망 공모가를 낮췄다. 공모가는 희망 상단 49만8000원으로 결정했고 이날 기준 주가는 35만3000원이다.

나 전무는 한국도 미국 등처럼 증시 상장과 퇴출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아무 종목이나 상장시키면 안 되겠지만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산업에는 문을 더 많이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좀비 기업과 그를 통해 우회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너무 많은데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동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