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지난해 8월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1년 전 한은이 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경기 부양 압박 속에 '실기론'을 무릅쓰고 금리를 동결한 경험과 비교한 발언이다.


10일 이창용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계감이 더 심하다"며 "이번에는 그렇게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0% 수준에서 유지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번 동결은 수도권 주택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 최근 커진 금융 안정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이 지난달 말 펴낸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16.1%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은 1.7% 하락했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7%로 연이율 기준 30%에 육박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 2000억 원 늘어난 116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한 데다 열 달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 지역에서 번져나가면 젊은층 절망감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음 달이면 그 문제가 해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규모는 이전 계약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쳐 예상할 수 있고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면서도 "가격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결정은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과도한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고 주택시장의 과열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이라며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에 관해선 "과감한 정책을 발표한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충분치 않으면 여러 추가 정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정치권 일각에서 '오지랖이 넓다'는 비판이 나온 것을 두고는 "한은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저희 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