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안현민. ⓒ 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과 두 달 반. 안현민(22·KT 위즈)이 '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서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4월 말에 콜업돼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섰지만 안현민은 빠르게 적응했고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켰다.


이강철 KT 감독은 전반기 5위의 성과를 두고 "선발투수와 안현민의 힘으로 버텼다"고 할 정도다. '선발 왕국'으로 불리는 KT 선발진에 대한 칭찬은 이상할 것이 없으나, 야수진을 통틀어 안현민의 공을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이다.

사령탑의 칭찬이 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안현민은 KT를 넘어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반기 60경기에서 0.356의 타율에 16홈런 53타점 출루율 0.465 장타율 0.648 OPS(출루율+장타율) 1.113 등을 기록했다. 출발이 늦어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후반기에 규정 타석을 채우는 순간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모두 리그 1위에 오른다. 홈런과 타점도 팀 내 1위, 리그에서도 각각 5위, 11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이다.

안현민의 가치는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WAR은 해당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데, 그는 4.60(스탯티즈 기준)으로 야수 중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타를 모두 합해도 코디 폰세(한화·5.75), 아리엘 후라도(삼성·4.89), 제임스 네일(KIA·4.79) 등 3명의 외인 투수만 안현민보다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다시 말하지만 데뷔 두 달 반 만에 일궈낸 성과다.

KT 안현민.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안현민 본인조차 믿기 어려운 활약이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0일 만난 안현민은 "생각 이상으로 정말 잘해서 만족스럽다. 상상도 못 한 일이 현실이 됐다"면서 "그렇기에 나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순식간에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 잡은 그는 '터줏대감' 선배들의 타격 접근법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0.353의 타율을 기록했던 외야수 김민혁은 "올 시즌 (안)현민이의 앞 타석(2번타자)에 배치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뒤에 워낙 잘하는 타자가 있다 보니 팀 배팅을 할지, 내 방식대로 스윙할지 제대로 갈피를 못 잡았다"면서 "후반기엔 하루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타석에 임해야겠다"고 했다.

최근 외국인타자 통산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장수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도 "최근 부진이 길었는데, 2군에 다녀온 뒤 안현민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 역시 안현민의 앞, 뒤에 배치된 타자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현민 앞에서 주자를 쌓아주고, 뒤에서도 위압감을 보여줘야 안현민을 쉽게 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현민 역시 점점 승부가 까다로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는 "확실히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그래도 타석에서 집중하고, 내가 칠 수 있는 공에만 배트를 내려 노력한다. 좋은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꾸준히 내 강점을 키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안현민. /뉴스1 DB ⓒ News1 김기남 기자


이어 "타석에서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고 싶다"면서 "찬스에 좀 더 집중하고, 장타가 필요할 땐 장타를 치려고 노력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꿈같은 전반기를 마친 안현민은 쉴 틈 없이 대전으로 향한다.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현민은 올스타전 전날인 11일엔 홈런 더비에도 나선다. 팬 투표로 출전 선수가 가려졌는데, 평균 홈런 비거리 130m를 상회하는 안현민이 뽑힌 건 당연한 결과다.

안현민은 "올스타전에 나서는 자체로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무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나 역시 달려들기보다는 즐기고 싶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