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쓰러져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의 쓸쓸한 장례식장 상황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공사장에서 쓰러져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왼쪽)과 장례식장 모습. /사진=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쓰러져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의 빈소에 조문객조차 없이 쓸쓸한 장례식이 치러진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화섬식품노조 조에티스 지회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고인을 추모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처음 출근한 건축 현장에서 한국 노동자는 조기 출근해서 (오후) 1시에 퇴근했는데 이주노동자들은 (오후) 5시까지 폭염 속에서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며 "화장실 앞에 쪼그려 앉아 죽어있는 상태로 발견된 젊은 이주노동자의 꿈은 하루 만에 사라졌다"고 애도했다.

앞서 지난 9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SNS에 올린 글에서 "빈소에는 (고인의) 베트남 친구 이외에 아무도 없었고 액자 속 23세 앳된 고인의 얼굴이 맞이했다"며 "회사든 노동부 등 현재까지 조문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베트남 친구는 그의 죽음을 보면서 똑같은 사고를 당할까 두렵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죽음의 장례식장을 다녀오곤 했지만 충격이었다. 위패도 없이 고인의 예를 갖추지 못했고 상차림도 접시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이었다. 쓸쓸함과 충격, 분노가 일어남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사노위를 대표해 빈소를 찾은 서원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4시40분쯤 구미시 대광건영이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A씨(23)가 사망했다. A씨는 베트남 국적으로 지하 1층에서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숨진 노동자의 체온은 40.2도였고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구미에는 지난달 29일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였고, 노동자가 숨진 8일 낮 최고 기온은 38도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