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양현종. ⓒ News1


(대전=뉴스1) 권혁준 기자 = 키움 히어로즈 루키 양현종(19)은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바로 KBO리그의 '리빙 레전드'인 양현종(37·KIA 타이거즈)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KIA 양현종이 '대투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탓에, 키움 양현종도 어릴 때부터 '대투수' 혹은 '대타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조금은 놀림이 섞인 말이기도 하지만, 양현종은 주눅 들지 않는다. 그는 "놀린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더 주목받을 수 있기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갓 1군에 발을 들인 양현종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선배 양현종과 투타 맞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베테랑 양현종이 2군에 내려갈 일은 거의 없기에, 이 맞대결은 곧 루키 양현종의 '1군 안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양현종은 "선배님은 1군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 투타 맞대결을 하려면 내가 1군에 있어야 한다"면서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된다. 언젠가는 빗대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대타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대구고를 졸업한 양현종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전체 5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2군(퓨처스리그)에서는 42경기에서 0.323의 타율에 5홈런 27타점으로 루키 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덕에 3차례에 걸쳐 1군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1군에서는 9경기에서 12타석을 소화하며 10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양현종은 "1군에 와서 느낀 점은, 실력보다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큰 무대에 와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위축됐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실력만 잘 보여줄 수 있다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교롭게 1군에 콜업됐을 시기 키움과 KIA가 맞붙기도 했다. 이름이 같은 선배 양현종과 만날 기회였지만, 아쉽게도 직접 인사하지는 못했다고.

키움 히어로즈 양현종. (키움 제공)


양현종은 "로테이션상 선배님이 나올 차례가 아니라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다"면서 "인사를 드릴 생각도 못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11일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선배 양현종을 '샤라웃'하기도 했다. 투수 양현종의 트레이드마크인 고글을 쓰고 '대타자 양현종'이라 쓰인 팻말을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양현종의 후반기 목표는 '1군 생존'과 2군에서 10홈런을 채우는 것이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확실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루키에게 키움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팀 사정상 어린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받을 수도 있고,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강정호, 박병호 등 메이저리거만 5명 배출한 '빅리거 사관학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키움 양현종. (키움 제공)


양현종 역시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많이 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게 된다"면서 "중량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타구 질이 좋아진 것도 느껴진다"고 했다.

숱한 선배 중에서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김하성(30·탬파베이 레이스)이다. 강한 타구를 생산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갖춘 김하성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면서 "코치님들이 말씀하시길 '김하성 선배도 번트, 대주자부터 시작했다'고 하셨다. 나 역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