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대행. 2025.7.15/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 후반기 시작을 이틀 남겨두고 키움 히어로즈 1군 선수단과 처음 훈련한 설종진(52) 감독대행이 "팬을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뛰자"고 독려했다.


설 감독대행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1군 선수단과 첫인사를 나눈 뒤 훈련을 진행했다. 전날(14일) 홍원기 전 감독의 해임으로 1군 지휘봉을 잡은 뒤 첫 공식 활동이었다.

훈련에 앞서 선수들 앞에 자리한 설 감독대행은 "팀 성적이 안 좋아서 그런지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며 "뒤에서 (전반기 경기를) 봤을 때 프로야구 선수들로서 가져야 할 절실함이 잘 보이지 않았다. 팬과 구단을 위해 더 절실한 마음으로 뛰자"고 당부했다.


키움은 27승 3무 61패를 기록,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승률(0.307)은 3할을 겨우 넘고, 9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는 9.5경기로 벌어졌다.

3년 연속 최하위 위기에 처한 키움은 14일 쇄신을 이유로 고형욱 단장, 홍원기 감독, 김창현 수석코치를 한꺼번에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단장과 감독, 수석코치를 동시 경질하는 건 프로야구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키움 구단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하는 동시에 설종진 퓨처스(2군)팀 감독을 1군 감독대행으로 선임, 잔여 시즌 일정을 치를 예정이다.

설 감독대행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홍원기 전 감독이 '팀이 어수선한 분위기일 텐데 잘 추슬러 시즌을 잘 치러 달라'고 부탁하셨다"며 "성적이 좋지 않아 사령탑이 교체됐다. 이 때문에 성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반기 53경기가 남았는데 승률 4~5할을 목표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대행이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 훈련에 앞서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키움이 전반기에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서는 "외국인 선수 구성, 선발 로테이션 등 여러 문제가 있었겠지만, '작전 야구'가 안 됐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 팀은 다른 팀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홈런을 치는 팀이 아니다. 출루율(0.306)도 가장 떨어지고, 득점권 타율(0.240)도 최하위다. 이 때문에 많은 득점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며 "1~2점 차 싸움에서도 너무 많이 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껏 안 했던 야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우리 팀의 도루 성공률이 89.4%로 1위인데 시도 횟수(47번)는 가장 적었다. 더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펼쳐야 한다. 또한 경기 초반부터 번트하는 등 작전을 많이 지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은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4연전을 시작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설 감독대행으로선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사령탑을 바꾸는 일부 팀은 로테이션, 타순, 엔트리 등을 대거 바꾸기도 한지만 '선수층이 얇은' 키움은 기존 틀을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다.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대행. 2025.7.15/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설 감독대행은 "오늘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틀 뒤 시작할 후반기에 맞춰 엔트리, 타순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코칭스태프, 분석팀과 논의하려 한다. 엔트리는 한두 자리를 바꿀 여지가 있지만 시작부터 크게 바꿀 계획은 없다. 주축 선수들을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엔트리를 너무 자주 바꿀 생각도 없다. 선수들을 지켜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교체보다) 먼저 피드백하고 조금 더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감독대행이 후반기에 팀을 잘 추슬러 좋은 성과를 낸다면,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설 감독대행은 "감독직에 대한 욕심은 없다. 평가를 받는 것도 내가 아니라 우리 팀"이라며 "지금은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이 너무 지는 것에 익숙해지면 쉽게 포기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 패하더라도 창피하게 지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걸 절실하게 다 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