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자본시장을 분석해온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반등의 주요 배경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중인 김학균 센터장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20년 넘게 자본시장을 분석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주가 강세 배경으로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경제가 성장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너 중심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이번 상법 개정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해 민주당이 할 일' 세미나에 참석해 "올해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약 30%가량 올랐다"며 "이는 (상법 개정 추진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을 비롯해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전환,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고성장기였던 1980~90년대에도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를 지배구조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경제 성장이 주가에 중요하다는 말은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한계로는 '오너 중심의 경영'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꼽았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구조 아래에서 자본을 유보해 재투자에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PBR은 0.93배, ROE는 8.0%로 집계됐다. 이는 대만(2.68, 13.6%)과 인도(3.71, 13.8%)는 물론 신흥국 평균(1.82, 11.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래픽은 주요 국가 증시의 PBR, ROE 비교 그래프.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로 인해 기업의 자기자본은 비대해지는 반면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낮게 머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24년 말 기준 한국 기업들의 평군 PBR은 0.93배, ROE도 8.0%이다. 대만(2.68, 13.6%)과 인도(3.71, 13.8%)는 물론 신흥국 평균(1.82, 11.1%)보다 낮다. 선진국 평균 PBR 3.38배, ROE 11.6%에 달한다.

김 센터장은 일본 사례를 예로 들며 지배구조 개선이 자본시장에 미친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일본은 '기업이 가진 부를 시장에 돌려주자'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낮은 PB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당 확대 등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고 그 결과 10년 동안 주가가 3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이번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법 개정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상법 개정이 기업의 상장 유인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상장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이라며 "상법 개정으로 기업 생태계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민주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추가 개정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김 센터장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자사주를 이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경영권을 지키고 싶다면 지배주주가 자신의 돈으로 지분을 사야지 회사 자산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금처럼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야말로 적대적 주주행동주의의 최대 유인"이라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이 효과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후속 과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이사의 충실 의무가 법에 명시되더라도 "실제 판례가 어떻게 형성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과거 법원은 지배주주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주주권 행사 강화를 위한 기관투자자 역할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약해 개인 투자자 권리를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등을 통해 기관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자본주의에 내재한 단기주의를 극복하려면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뿐 아니라 펀드 장기투자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투자 문화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