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24세 저연차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해 7월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지하철 광고의 모습. /사진=뉴시스


2023년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24세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출근한 A씨는 교내 한 교보재 준비실에서 유서도 남기지 않고 생을 마감했다. 이후 동료 교사들은 A씨가 평소 학부모들의 극심한 민원과 갑질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은 교권 추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국민은 일부 극성 학부모들의 '갑질'을 비판했고 젊은 교사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국교사노동조합 등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숨이 막히고 손이 떨렸다"…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

2023년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사망했따. 사진은 지난해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 마련된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 추모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들은 평소에도 도를 넘어선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한 교사는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민원인 상당수가 법조인이다"라며 "대부분의 교수가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교사는 "경력이 있는 나도 힘들었다. 저연차가 근무하기엔 매우 힘든 학교였다"고 제보했다. 다른 학년에서 근무한 한 교사는 "A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1학년 담임 교사였던 A씨도 극심한 민원에 시달렸다. 그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렸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었다. 사망 약 일주일 전인 2023년 7월12일에는 A씨의 학급에선 학생이 뒷자리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긋는 폭력 사건도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등의 민원을 참아야 했다. 심지어 해당 전화는 모두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왔다. 당시 그는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 적이 없고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고 동료에게 하소연했다. 결국 '연필 사건'은 동료의 도움으로 일단락됐다.

고인의 학급에 수업 시간 중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학생도 있었다. 동료 교사들은 A씨가 출근할 때마다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개된 일기장 속에도 A씨의 고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사망 약 2주 전 자신의 일기장에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며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고 적었다.


갑질 의혹을 받는 4명의 학부모는 약 4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 조사의 핵심이었던 고인의 휴대전화는 잠금을 풀지 못하면서 경찰 조사에 활용되지 못했다.

교육계는 재발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A씨의 49재 날인 2023년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이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상당수 교사는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했고 약 10만의 교사가 몰렸다.

서이초 2주기… 반복된 '잔혹사'

서이초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무너진 교권 회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사들을 괴롭힌 악성 민원도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인천 미추홀구 특수학교 교사는 '아파트 안에 들어와서 등교지도를 해달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홀로 견디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22일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도 밤낮으로 민원에 응대한 끝에 사망했다. 사망한 교사 역시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을 받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민원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수원시 한 중학교 수업을 진행 중인 교사가 야구방망이를 든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