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2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북미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한다. 대중국 견제, ESS(에너지저장장치) 성장 흐름 등 기회 요인이 많은 현지 시장을 발판 삼아 중국과의 LFP 경쟁에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해오던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높은 수요를 보이는 LFP 배터리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 및 AI 데이터센터용 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라서다. LFP 배터리는 다른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긴 데다가 요즘엔 화재 안정성까지 더해지면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미국 시장을 주요 거점으로 삼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현재 미국은 다양한 호재들로 재도약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ESS 시장의 경우 유의미한 성장세가 기대된다. 북미 ESS 시장은 올해 97GWh에서 2030년 179GWh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 안정화 수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신규 전력 프로젝트가 함께 증가하면서 ESS 시장 주목도도 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발표된 정부예산 조정법안(OBBB)도 긍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종료 시점을 기존대로 유지했다. 당초 하원은 AMPC 종료 시한을 2031년으로 1년 앞당겼으나, 상원은 현행처럼 2032년까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생산할 경우 1kW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AMPC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흐름도 업계 기대를 키운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고율 관세를 바탕으로 중국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에서도 중국산 광물과 부품을 배제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는 저가형 LFP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에 맞설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기차·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38%를 차지한 중국의 CATL이다. 2위 역시 15%를 점유한 중국의 BYD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사들도 대외적 환경에 힘입어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2공장에서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용 LFP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려는 으로 해석된다. 올해 말부터 라인 전환에 착수해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분기에는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SK온은 북미 ESS 시장을 겨냥해 배터리 소재사 엘엔에프와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에 보유한 생산라인 중 일부를 전환해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빠르게 갖추려는 구상이다. 그간 SK온은 2022년 미국 조지아1·2공장 독자 가동을 시작하는 등 현지 생산에 힘써왔다. 양사는 향후 공급 물량과 시기 등을 논의한 뒤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삼성SDI도 GM과 미국 인디애나 합작공장의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을 가시화려는 움직임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1조7000억원 중 일부도 LFP 기술 개발과 양산 체계 구축에 투자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ESS 성장, AMPC 유지 등 여러 호재가 맞물린 시장"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여러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 존재감을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