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계) 선배로서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신과 함께'든 '전독시'든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영화를 정착시키는 데 제가 기여할 수 있으면 됐어요. 욕심은 없어요."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다. 싱숑 작가의 동명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손익분기점 600만명인 이 영화는 이번 여름 한국 영화 중에서는 '블록버스터급'이라 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색다른 세계관과 판타지라는 장르, 볼거리 많은 시각 효과와 패기 넘치는 2030 인기 배우들의 캐스팅 라인업까지. 관전 포인트가 많은 '전독시'는 사실 올여름의 '구원투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원치는 않았는데 지금 모든 영화인의 염원과 갈망과 응원을 받고 있다, 부담이 엄청나다"며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만큼 '전독시'는 기대작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원동연 대표의 필모그래피에서 기인한 듯하다. 그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 '쌍천만'의 신화를 이뤄냈고, '미녀는 괴로워'(2006)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한국 영화사에 기억될 굵직한 작품들을 기획·제작한 스타 제작자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나 신작인 '전독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 종종 출연했었는데.

▶ 나는 내 영화에 거의 다 출연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출연 안 했다. 타이밍을 좀 놓친 것도 있고, '나와야 하는데' 그러니까 후배 중의 한 명이 그러더라. '형한테는 기념이고 그냥 형이 만드는 영화에 형이 출연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배우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엑스트라 역이면 상관없지만 대사도 있고 비중도 있는 역을 내가 하고 싶다는 게 아닌 것 같더라. 나는 연기자의 꿈이 일도 없는 사람인데 어쩌면 어떤 배우들에게는 그것이 한 번의 기회일 수 있는데…그리고 이번 영화는 출연할 기분도 아니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니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나 보다.

▶항상 하는 얘기인데 이미 만든 영화는 너무 쉬웠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다 만든 영화는 너무너무 쉬웠는데 만들고 있는 영화는 너무 어렵다. 또 이번 영화는 조율할 것도 되게 많고 배우들도 많고 스케줄링도 많고 해서 내가 여유를 가지고 출연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아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

▶너무 떨린다. 어떤 일을 한 30년 했으면 명인이다, 장인이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도 생활의 달인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국수 1인분 하면 이게 200g이라는 걸 딱 집으면 알아야 할 거 아니냐. 그런데 이번 영화만큼은 시장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관객의 기호도 많이 바뀌었고 극장 상황도 예년과 다르다. 그리고 나는 원치 않았는데 갑자기 모든 영화인의 염원과 갈망과 응원을 받고 있다. 부담이 엄청나다. 솔직히 내가 무슨 사명감이나 책무감으로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은 없는데 이번 영화만큼은 정말 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 되겠다 싶다. 일단 우리 투자자들한테 누가 돼서는 안 된다. 나는 프로듀서니까. 감독과는 좀 입장이 달라서 평가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영화가 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지금이 호황기라서 다른 영화들이 그런 것을 커버해 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후배가 문자를 보냈다. '형이 지금 국대'라는 거다. 왜 원치 않는 국가대표를 만드느냐. 하지만 어쨌든 내 동료들에게, 산업에 보탬이 되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잠을 좀 못 자서 살이 빠진다. 새벽에 자꾸 깬다.

-원작이 '성좌물' '이세계물'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대중적인 느낌은 아닌 장르인데 어떻게 영화화를 처음에 생각했나.

▶이게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딸만 셋이다. 우리 아내가 큰 딸을 낳았는데 되게 힘들게 낳았다. 고생을 많이 해서 큰 애를 낳고는 다시는 애를 안 낳는다고 그러다가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았다. '신과 함께' 1, 2편은 결과물로는 '쌍천만'을 했지만, 만드는 과정이 너무 지난하고 한 번도 안 해본 크리처나 괴물, 지옥 같은 걸 만들어야 하고 시각 효과가 너무 많고 스태프들도 많고 투여되는 자본도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건 이제 안 한다, 다시는 안 한다고 했었다. 그랬는데 후배가 '전독시'를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줬다. 그때는 웹소설, 웹툰이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 않았는데 읽었다. 내가 밤을 막 새면서 읽었다.

사실은 '성좌물' 이런 것도 잘 몰랐다. 그런데 제작자는 본능적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시각화가 된다. 속으로 '야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한민국 관객들이 이런 건 못 봤을 텐데' 했다. 이야기가 너무 재밌더라. 이걸 시각화해 놓으면 정말 뭔가 섬싱 뉴, 섬싱 프레시(Somthing new, Somthing fresh)한 걸 볼 것 같완전히 빨려 들어간 거다.

-이전에도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했었다. '미녀는 괴로워'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계속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다. 사람들이 나보고 '미녀는 괴로워'도 일본 만화고 '신과 함께'도 웹툰이고 '전독시'도 웹소설인데 무슨 근거로, 무슨 원칙으로 그 원작을 선택하느냐고 그러는데 원칙이 어디 있나. 내가 좋으면 하는 거지 원칙 하나도 없다. 나는 일관성 없다고 하지 않았나. 꽂히면 하는 거다.

-'전독시'에 꽂히게 된 계기는.

▶굉장히 새로운 장르물인데 이야기는 연대와 협력이다. 메시지가 좋지 않나. 물론 원작 팬들은 그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들도 있다. 왜냐하면 원작 팬들은 원작의 감독자에게 매력을 많이 느꼈던이 느꼈던 이유가 이 캐릭터가 만능 키라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있으니, 자신의 정보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클리어해 나갔고, 그것을 통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그렇게 되면 관객의 스펙트럼이 좁아진다. 그런 건 마니아틱 하다고 할 수 있어서 우리는 거기에 연대와 협력을 넣었다. 혼자만 살아남지 않고 내 동료들과 같이 살아가는 결말을 쓰겠다는 게 조금 더 대중적인 메시지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1편 이후에 프랜차이즈화 계획이 있나.

▶이 이야기는 일단 다섯 편으로 판권 계약은 했다. 다 말은 못 하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한 근간은 다 구상해 놓은 상태다. 물론 1편의 성과가 있어야 2편을 만들 수 있다.

-세계관이 방대한 작품인 만큼, 영화가 아닌 아예 OTT용 시리즈물로 기획할 수도 있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나는 영화만 한 30년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떤 IP를 보면 그걸 영화화하는 게 내게는 조금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시리즈물에 대한 관심이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지금 '신과 함께'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건 완전히 새로운 장르물이다. 성좌물 또는 액션 판타지물, 그리고 회기물 같은 것들이 사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흔히 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각 효과와 미장센, 미술에 이렇게 공을 들인 이런 새로운 콘텐츠를 휴대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패드, 또는 TV 모니터로 본다는 것이, 우리가 구현하려는 이 세계를 가장 최적화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더불어 우리는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로 연대와 협력을 가져왔는데, 그걸 혼자 보는 것보다는 극장에서 수백 명이 같이 웃고 울고 떠들며 보는 게 낫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감정을 느끼기에는 극장이 맞을 것 같았다. 이 '전독시'라는 IP에는 극장이 맞다고 생각했다.

-김병우 감독을 연출자로 택한 이유는 뭔가.

▶ 이 작품은 일반 감독님은 못 한다. 못한다는 게 서사를 만들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다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테크니션이 들어와야 했다. 그린 매트에서 촬영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합성이 될 거고, 또 이게 어떻게 우리가 시각 효과가 구현됐을 때 어떤 효과가 날 거라는 것을 좀 아는 감독이 해야 했다. 아무리 슈퍼바이저가 붙는다고 해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테크니션 감독이 필요하다. 김병우 감독은 본인이 게임광이고 새로운 테크닉이 있으면 굉장히 빨리 접해 보는 사람이다. 'PMC: 더 벙커'도 넷플릭스에서 곧 서비스될 차기작 '대홍수'도 그렇고 시각 효과 공정에 대한 노하우와 예측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맞다. 김병우 감독이 김독자다.

-싱숑 작가 부부와는 영화화를 두고 어떤 얘기를 나눴나.

▶그때는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을 했던 시점이라 그분들이 나를 많이 믿어줬다. (웃음) 우리가 이런 느낌으로 이 작품을 영상화하고 싶다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그분들도 아셨다. 내가 '신과 함께'에서 주인공인 진기한도 없앴단 것을. 싱숑 작가 부부께도 영화적인 각색은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그래도 당신들의 세계관이나 메시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꼭 작가님께서 가져가야 할 메시지나 캐릭터가 있으면 반영하겠다 했더니 본인들도 영화가 다른 장르로 간다는 것, 다른 매체로 전이된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다고 하시더라. 특별히 이야기 안 해도 된다고 하셨고, 대신 다 쓰고 나면 보여서는 달라셨다. 그래서 촬영 전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 작가님들께 보냈다. 다 읽어보시고 나서 왜 이렇게 각색했는지 이해는 된다고 하셨다. 이번에 영화도 보셨다. 재미있게 보셨고 응원한다는 글도 써주셨다.

-한국에서 한 번도 못 본 세계관이기는 했다. 그래서 새롭고 좋았다.

▶나도 나이를 좀 먹지 않았나. 내가 지금 와서 후배들하고 똑같은 걸 하면서 땅 따먹기 해서 뭐 하겠나. 선배로서 그래도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싶었다. '신과 함께'가 됐든 '전독시'가 됐든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영화를 정착시키는 데 내가 기여할 수 있으면 됐다. 욕심은 없다. 물론 욕심도 없는 놈이 300억짜리 영화를 했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웃음)

-필모그래피에 블록버스터 영화가 많은 이유는.

▶블록버스터가 좋을 수도 있지만 훨씬 손해다. BEP가 높으니까. 어떻게 하다 보니까 많이 만들게 됐는데 나도 가볍고 부담 적은 영화를 하고 싶다. 무슨 숙명인지 자꾸 또 엉뚱한 게 내 마음을 사로잡으면 거기에 꽂혀서 하게 된다. 계속 다시는 안 한다, 안 한다고 하는데 그러다가 또 모른다. 뭐가 또 내 마음을 덮칠 지 나도 모르는 거다.

-지금 마음을 덮친 게 있다면.

▶지금은 '전독시2'를 하고 싶다. '신과 함께' 3, 4를 하고 싶고. 이제 내 인생의 프랜차이즈는 '신과 함께' 하고 '전독시' 둘 외에는 더할 여력도 없고 욕망도 없다. 그런데 그러다가 또 뭐가 또 걸리면 또 한다. 모른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안효섭과 이민호, 채수빈과 신승호, 나나, 지수까지. 캐스팅이 무척 신선하면서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구성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모험 같기도 한데.

▶나는 안효섭 씨를 잘 몰랐다. 아무래도 효섭 씨는 영화를 한 적이 없었으니까. 우리 PD가 안효섭 씨를 소개했는데 '낭만 닥터' '사내 맞선' 등을 하고 난 때였다. 그런데 되게 잘생기고 멋진 친구가 연기력이 되게 안정돼 있더라. 감독이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아 저렇게까지 잘생길 필요는 없는데'. 키가 크고 하니까. 그런데 김독자가 또 '찌질'하고 못생기고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 옆에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연기가 안정돼 있더라.

-젊은 배우들을 기용한 캐스팅이 영화 주인공의 세대교체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런 생각도 있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40대, 50대, 60대까지 남자 배우들이 중심축이다. 그분들도 충분히 역할이 있지만, 그래도 이쪽 세상도 그렇고 이 모든 일이라는 게 사실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신선한 물결이, 새로운 물이 등장해야지만 또 거기에 맞는 또 관객들도 확장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나는 세대교체를 시도하려는 마음도 컸다. 그리고 그런 것이 '전독시'에는 더 맞더라. 이번에는 다 20대, 30대 배우들이 메인 배역을 맡았다. 40대 배우가 한 명도 없다.

-안효섭도 이민호도 글로벌 스타다. 해외 판매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그렇다. 다 계산한 거다. 한국 콘텐츠가 지금 약진할 곳은 해외밖에 없다. 솔직히 지금 우리는 인구 감소 국가다. 출산율도 떨어져서 새로운 젊은 친구들도 양산이 안 되면 결국 우리 콘텐츠가 앞으로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곳은 글로벌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나가야 한다. 그 시장에 가려면 글로벌하게 경쟁력 있는 배우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로컬 시장만으로 만들기에는 이제 제작비가 감당이 안 된다.

-극장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팬데믹을 통해서 극장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렇다고 갑자기 극장 영화가 고사한다거나 궤멸한다거나 할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기호나 정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 영화사들이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달라지는 감정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극장이 없어질 거라는 얘기는 너무 자기변명 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생각 아닌가 싶다. 갈수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관객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그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기꺼이 극장으로 찾아와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